목사의 고집
어느 교회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성가대에 재력이 있는 장로님이 계셨고, 그 장로님께서 교회의 낡은 그랜드피아노를 바꾸기로 결심하셨습니다. 새 피아노가 들어왔고, 반주자는 새 피아노를 쳐보며 그 아름다운 소리에 감동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 피아노는 완전 새 피아노가 아니었습니다. 중고 피아노였습니다. 한국에서 구하기 힘든 명품이었고, 중고로 남아 있던 것을 귀하게 구해 온 것이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담임목사님께서 그 피아노를 당장 치우라고 명령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중고품을 쓰시지 않는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피아노를 사오신 장로님은 목사님께 그 피아노가 명품이며, 한국에서는 새 것으로 구할 수 없고, 새 피아노도 보다도 훨씬 비싼 물건이라고 설명을 하셨지만, 담임목사님은 끝까지 고집을 부리셨습니다. 끝내 그 피아노는 다시 반품되었고, 그 것보다 못한 새 피아노가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성가대 장로님과 반주자는 뒤에서 목사님의 고집에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제가 모셨던 옛날 목사님들은 한고집이 있으셨습니다.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고집이었고, 때로는 곱씹어 볼 수록 정말 귀한 고집도 있었습니다.
"고집"이라는 말은 "불통"이라는 말과 같이 쓰입니다. 고집을 부리면서 남의 이야기는 들으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뜻입니다. "가치있는 고집"도 있습니다. 그러나 "불통"은 곤란합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들으려고 하지 않고, 고집만 피우는 것은 멸망의 지름길입니다.
또 다른 고집쟁이 목사님이 한 분 계십니다. 1939년 조선예수교장로회의 평양노회는 신사참배를 우상숭배가 아닌, 국민의례로 결정합니다. 목사는 노회가 결정하면 그 결정을 따라야 합니다. 그러나 주기철목사님은 끝까지 고집을 부렸습니다. "이게 우상숭배지, 어떻게 국민의례인가?" 다른 목사님들은 주기철목사님의 고집을 비난했습니다. "누가 그걸 모르나? 그냥 교회살리기 위해서 절하는 것 아닌가? 신사참배 안 하다가 교인들 다 잡혀가면 목사가 책임질건가?" 주기철목사님은 이 일로 감옥에서 순교하실 때까지 고집을 피우셨습니다. 주목사님의 고집은 교회를 살린 "거룩한 고집"이라고 역사는 평가하고 있습니다.
목사는 세상과 타협하면 안 됩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고집쟁이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고집쟁이들은 성경에 수도 없이 나옵니다. 그러나 그 고집이 내 고집인지? 하나님의 고집인지? 이것은 분명히 생각해 봐야 할 일입니다. 내 고집은 교회를 망하게 하지만, 하나님의 고집은 교회를 바로 세웁니다. 내 고집이 아닌 하나님의 고집을 부리는 목사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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