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져야 빚을 갚지.
저는 목회학박사과정을 공부하려고 2005년에 미국에 왔습니다. 첫학기를 듣고 있던 중에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지금 은혜장로교회의 담임목사로 섬기게 되었습니다. 학교공부를 하면서, 담임목사로 섬기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해야 할 공부도 많았고, 내야 할 등록금도 꽤 부담되는 액수였습니다. 제가 담임목사를 하고 있는 한, 학교공부 때문에 교회에 소홀해지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고, 교회에 등록금 때문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꽤 부담되는 등록금이었지만, 마지막 등록금까지 잘 납부하고, 목회학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교회에 부담을 드리지 않으려고, 저의 졸업식을 교인들에게 알리지 않았습니다. 교인들은 제가 졸업한 후에 소식을 알게 되었고, 섭섭해 하셨습니다. 그래도 저는 떳떳했습니다. 교회에 어떤 부담도 드리지 않고, 제 힘으로 졸업한 것이니까요.
저는 교회에 부담드리는 것이 너무 싫습니다. 조금 병적으로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일종의 교만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두 아들이 교회에서 어떠한 장학금받는 것도 거부했습니다. 저는 그게 바른 목사의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좀 교만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목사가 교회신세를 지지 않고 공부하면, 그 빚을 어디에 갚겠습니까? 목사는 교회에서 장학금받고 공부해야 합니다. 자기 돈으로 공부한 목사는 삯꾼이 된다는 말도 있습니다. 목사는 교회의 빚으로 공부해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저 때문에 교회에서 준다는 장학금도 두 아들을 못 받았습니다. 아버지가 목사라서 차별을 당하게 된 것이네요. 제 생각이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6월 당회에서 장로님들과 논쟁이 조금 있었습니다. 장로님들은 이번 중고등부 졸업생들에게 장학금을 주자고 주장하셨고, 저는 제 아들이 들어 있으니 절대 안 된다고 버텼습니다. 그리고 제가 졌습니다. 제 아들 때문에 다른 학생들까지 피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 생각을 바꿨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교회에 빚을 져야지, 교회에 갚을 것이 생깁니다.
당회에서는 앞으로 중고등부를 졸업하는 학생들에게는 당회에서 정한 장학금을 계속해서 지급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장로님들의 생각이 옳은 것 같습니다. 제가 엉뚱한 고집을 부렸습니다. 지금은 우리 교회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줄 계획입니다. 앞으로 장학금재정이 커진다면, 교회 밖 학생들에게도 장학금을 줄 계획입니다. 이 계획에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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