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방가서 도둑누명 쓴 이야기

작성자
김동원목사
작성일
2022-09-12 14:36
조회
586
교회에서 어르신들에게 명절 선물로 상품권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혼자 사시는 어느 노인분을 심방갔고, 상품권을 선물로 드렸더니, 눈물을 뚝뚝 흘리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아이고, 목사님. 제가 목사님께 선물을 드려야지, 목사님이 저에게 선물을 주십니까? 감사합니다."

작은 선물에 눈물을 흘리며 감동하시는 모습을 보니, 제 마음이 더 따뜻해졌습니다.

그리고 몇 주 뒤,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노인분이 저에게 전화를 하셨고 이렇게 항의를 하셨습니다.

"아니, 목사님. 왜 교인을 차별합니까? **집사님(선물받고 눈물 흘린 분)은 왜 선물을 안 줍니까? 자기만 선물 안 줬다고 지금 난리 났습니다."

더 이상 설명과 변명이 무슨 필요가 있겠습니까? 선물 드렸다고 말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 다음에는 다른 노인분과 같이 가서(일종의 증인) 다시 선물을 드렸습니다.

조금 당황스러운 경험이었지만, 노인아파트에서 흔히 있는 일입니다.

"누가 내 집에서 무엇을 훔쳐갔다."

"누가 우리 집에 왔다가면, 뭔가 자꾸 없어진다."

어르신들이 나이들기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시작되는 증상이 뭔가를 잊어버리고 찾는 행동인 것 같습니다.

나이드신 어머니를 모시는 따님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어머니가 사시는 아파트에 갔더니, 현관문이 열쇠로 열리지 않더라는 겁니다. 너무 걱정이 된 딸은 관리사무소에 이야기를 해서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기막힌 광경이 벌어져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그대로 잘 계셨습니다. 그런데 냉장고문에 자물통이 다 채워져있었습니다. 어머니는 딸이 왔다가면 뭔가 자꾸 없어진다고 염려를 하셨고, 딸이 못 들어오게 현관문 자물통을 바꾸고, 냉장고문에도 자물통을 채워놨더랍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어느 목사님에게 했더니, 그 목사님은 자신의 황당한 경험을 털어 놓습니다.

"목사님. 그건 별거 아닌거에요. 저는 심방갔다가 도둑누명쓴 적도 있어요. '저 목사가 심방왔다가면 뭐가 자꾸 없어진다.'"

한 때 교회를 위해서 청춘을 불살랐던 어르신들인데, 그 어르신들의 지금 모습을 보면, 세월의 무상함을 느낍니다. 아마 저도 그 과정을 겪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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