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용서와 거짓 평안

작성자
김동원목사
작성일
2023-01-16 11:55
조회
1991
"난 너한테 한 짓 다 회개하고 구원받았어"

요즘 인기있는 드라마인 "더 글로리"에 나오는 한 장면입니다. 학생폭력가해자가 피해자를 향해서 한 말이죠.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기가 막히고 당황스러운 발언인가요?

영화 "밀양"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자기 아들을 납치해서 살해한 범인을 찾아간 전도연은 감옥에서 이미 용서받고 평화를 누리고 있는 범인을 발견하고 분노합니다. 범인은 하나님께서 자신의 죄를 모두 용서해주셨다는 착각 속에서 평화를 누리고 있었습니다.

과연 기독교의 용서는 이런 것일까요?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이것은 개인적인 착각입니다. 성경에 나오는 용서는 하나님과 피해자의 권리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모든 죄는 하나님께서 용서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죄용서함을 받기 위해서 먼저 피해자의 용서를 받고 오라고 명령하십니다.

"그러므로 예물을 제단에 드리려다가 거기서 네 형제에게 원망들을 만한 일이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가서 형제와 화목하고 그 후에 와서 예물을 드리라." (마태복음 5:23 ~24)

하나님께서도 용서를 분명히 구분하고 계십니다. 모든 죄는 하나님께 지은 것입니다. 모든 죄는 먼저 하나님께 용서를 빌어야 합니다. 그  중에서 사람과 관련된 죄는, 하나님께서 피해자에게 먼저 용서받으라고 돌려보내십니다. 모든 용서는 하나님과 피해자의 권한입니다. 하나님께서도 피해자의 용서를 선결조건으로 인정하고 계십니다. 위의 말씀대로, 먼저 형제에게 지은 죄를 용서받지 못하면, 하나님께서 예배와 예물을 받지 않으시겠다고 선언하고 계십니다.

군대있을 때, 선배장교에게 억울한 일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사건이 커졌고, 부대전체에 소문이 났고, 헌병대에서 조사하기 직전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저의 대대장님이 저를 부르시고는 자신이 가해자쪽 대대장과 이미 다 이야기해서 끝났으니 입다물고 있으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저는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 직속상관이라는 사람이 자기 부하가 당한 억울한 일을 풀어주기는 커녕, 이 사건을 이용해서 저쪽 대대장에게 뭔가 얻어낸 것 같았습니다. 저는 제 용서의 권리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무슨 용기였는지, 끝까지 고집을 부려서 가해자에게 사과를 받고 용서해줬습니다. 제가 당한 일을 어떻게 타인이 용서할 수 있을까요? 용서는 피해자의 권리입니다. 다른 사람이 저의 용서를 훔쳐갈 수는 없습니다.

역사적으로 교회는 싸구려 용서를 남발해왔습니다. 11세기~16세기까지 유럽교회는 면죄부라는 것을 팔아서 장사를 했습니다. 교회에 헌금을 하면, 죄를 용서해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에 반발한 마틴루터는 1517년에 종교개혁을 했고, 그 덕분에 개신교가 생기게 됩니다. 싸구려 거짓 용서에 반대하여 세워진 개신교회에서 싸구려 용서를 가르치는 것은 정말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교회는 거짓 용서를 교인들에게 가르치면 안 됩니다. 교회는 교인들에게 거짓 평안을 줘서는 안 됩니다. 용서는 하나님과 피해자의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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