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보다는 전공이 중요하다.

작성자
김동원목사
작성일
2023-02-15 14:09
조회
1599
내가 나온 고등학교는 가난한 학생들이 많았다. 친구 중에 돈있거나 힘있거나 했던 부모님은 본 적이 없다. 친한 친구의 아버지는 구청환경미화원이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고등학교 때, 야간자율학습이라는 것이 있었고, 아무도 예외없이 학교에 남아서 밤 10시까지 공부를 하다가 집에 갔다. 덕분에 그 후진 동네에서 서울대를 정말 많이 보냈었다. 당시에는 사교육을 완전히 금지되었기때문에 가난한 동네 학생들은 비교적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 고등학교의 특기는 서울대 농대와 사범대입시였다. 일단 서울대 보낸 숫자가 중요하다 보니, 커트라인이 낮은 농대와 사범대에 집중했고, 10명 이상의 학생을 서울대에 매년 보냈다. 당시 전교 1등하던 친구는 선생님의 권유로 서울대 농대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 같이 재수를 했고, 서울대 법대로 들어가서 검사가 되었다. 우리 고등학교 출신이 농대에 너무 많이 진출해서, 농림부 쪽에 우리 고등학교출신들이 많다는 후문이다.

미국은 한국보다 비교적 공정하다. 가난해도 공부 열심히 하면 좋은 대학교에 갈 수 있다. 자식은 이민생활의 기쁨이자, 자랑이기도 하다. 영어도 잘 안 되고, 남들에게 천대받는 직업을 갖고 살아도, 자식들을 보면 힘이 난다. 그리고 자식들이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면, 그건 로또맞는 거다. 두고 두고 자랑할 수 있고, 덩달아 부모의 신분도 같이 올라가는 느낌이다. 그러나 그런 부모들의 마음 때문에 이민자들의 자녀들은 병들어간다. 부모의 자랑거리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살아간다.

나는 두 아들을 대학에 보냈다. 아들들이 대학을 정할 때, 장점과 단점만 말해줬고, 아무런 부담도 주지 않았다. 정말 중요한 것은 대학이 아니라, 전공이기 때문이다. 성경적인 관점에서도 그렇다. 하나님께서는 사람들에게 각자에 맞는 재능을 주셨다. 재능은 전공과 연결되지, 대학과 연결되지는 않는다. 하나님께서 주신 은사대로 사는 것이 행복한 인생이라고 믿는다.

사실 두 아들의 전공은 내가 찾아줬다. 18년 동안 자식을 키우면서 본 부모의 관찰력은 자식 본인의 관찰력을 앞 설 때가 있다. 부모가 욕심만 품지 않고, 객관적으로 자식을 바라보면, 무엇을 잘 하는지? 무엇을 못 하는 지? 분명히 알 수 있다. 예상 외로 자식 본인들은 자신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큰 아들은 어릴 때부터 컴퓨터를 꽤 잘 했다.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을 하는 능력이 있었다. 심지어 내가 락을 걸어 놓은 전화기를 스스로 풀기도 했다. 그런데 손재주는 전혀 없었다. 그래서 추천해 준 전공이 "컴퓨터사이언스-프로그래머"였고, 아들은 지금 행복한 프로그래머가 되어 회사를 다니고 있다.

작은 아들은 생물학을 전공하고 있다. 작은 아들은 컴퓨터를 잘 못한다. 대신 과학과목을 참 좋아하고 잘 한다. 그래서 정한 전공이 생물학이고, 아직까지는 잘 결정한 것 같다.

작은 아들이 1년 전, 여러 대학에 합격한 후, 그 학교들 중에서 가장 랭킹이 낮은 학교를 가겠다고 했다. 아들이 잘못된 결정을 하지 않도록 많은 선배들을 연결해줬고, 스스로 내린 결정이었다. 아들의 결정을 당연히 존중해줬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대학이름이 아니라, 잘할 수 있는 곳에서 자신에게 주신 재능에 맞는 전공을 하고 사는 것이 행복하기 때문이다.

역시 대학보다는 전공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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