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그 교회 가든지

작성자
김동원목사
작성일
2023-03-03 11:29
조회
2118
청년 때 장로회신학대학원에 진학하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제가 다니던 교회의 교단이 달라서,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진학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어쩔 수 없이 정들었던 교회를 뒤로 하고, 장로회신학대학원이 소속한 예장 통합측 교회로 출석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선배님의 추천으로 상도중앙교회 청년부에 출석했고, 덕분에 지금의 아내도 만나게 되었습니다.

신학대학원 입학을 위해서 담임목사님과 면담을 했습니다. 제가 그 면담 때 정말 황당한 실수를 했습니다. 교회출석한 지 얼마 안 되었기때문에 이름이 좀 헷갈렸는데요. 제가 면담 중 "상도장로교회"라는 말을 사용했는데, 이 교회는 다른 교회의 이름이었고, 나름 그 지역에서는 라이벌관계에 있었던 교회였던 것이죠. 담임목사님께서는 저에게 화를 내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럼 그 교회 가든지."

신학교가겠다는 청년 면전에서 대놓고 이런 말을 하는 목사님이 야속하기도 했지만, 제 실수는 저런 면박을 당해도 쌌습니다. 그리고 정확히 5년 뒤에 저는 상도장로교회에 부목사로 시무하게 되었습니다. 말이 씨가 된 것일까요? 상도장로교회에서 시무한 덕분에 지금 미국유학과 이민도 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정말 기막히고 묘합니다.

같은 상도동에 살다 보니, 웃지 못할 일도 종종 있었습니다. 마트에서 만나는 상도중앙교회 교인들이 저에게 이렇게 말한 적도 있습니다.

"요즘, 교회 안 나오네. 어디 다른 교회 다녀?"

"네. 저 요즘 상도장로교회 다녀요. 저 목사됐어요."

그러면 놀라워하시며, 축하해주시곤 했습니다. 봉천동 출신이지만, 상도동은 항상 마음의 고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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