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의 추억]내 인생 최고의 맛집, 점촌 자연식당
작성자
김동원목사
작성일
2023-08-03 08:16
조회
3139
1993년 대학을 졸업하고 공군장교로 입대를 했습니다. 대부분의 장교들이 서울근처 근무를 희망합니다. 저도 서울인근을 지원했지만, 성적에 밀려서 경북 예천 16전투비행단에 배정을 받았습니다. 전국 비행장 중 최격오지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더군요. 정말 공기가 좋은 공항이었습니다. 산 좋고, 물 맑은 동네였습니다. 정말 주변에는 논과 밭밖에 없었습니다.
부대내에서 생활을 하다가, 사회가 그리워서 점촌에 있는 셋방을 구했습니다. 동기생과 방을 나눠 썼는데, 문제는 밥이었습니다. 평생 서울집에서 엄마해주는 밥만 먹다가, 갑자기 밥을 해먹고 다니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죠. 그러나 감사하게도 점촌에는 자연식당이 있었습니다. 한끼 식사는 3천원입니다. 그런데 군복입은 군인은 5백원입니다. "월식"이라고 해서 한 달치 식비를 내면 5만원이었습니다. 연중무휴, 아침 점심 저녁까지 주고 도시락도 싸줍니다. 반찬은 12가지 정도 나왔고 모두 집밥입니다. 할머니 한 분이 운영하시는 식당이었습니다.
할머니 한 분이 운영하시다 보니, 모든 것이 셀프서비스입니다. 커다란 쟁반에 밥과 반찬이 준비되면, 스스로 가져다가 먹어야 합니다. 군인들이니 이런 시스템에 쉽게 적응합니다. 저도 쟁반에 밥을 가져오려고 하는데, 주인 할머니가 "안 됩니다"고 하십니다. "왜 안 되느냐?" 물으니, "장교들은 내가 직접 갖다 드립니다. 하사관들은 본인이 직접 갖다 먹는 겁니다." 저는 황송하게 아버지뻘 되는 하사관들 사이에서 할머니가 차려주신 밥을 앉아서 먹었습니다. 아무리 제가 직접한다고 해도 할머니는 "그게 여기 법입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제 나이 25살, 아무리 어린 장교에게도 존댓말을 하셨고, 나이가 많은 하사관에게는 무조건 반말을 하셨습니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식당이었습니다. 밥맛도 좋아서 일반인을 상대하도 좋을 식당인데, 일반인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습니다. 부대식당도 아닌데, 왜 장교와 하사관을 다르게 대하시는 지도 의문입니다. 이렇게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500원을 받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당시 서울에서는 한끼에 4천원 정도 했으니까요.
야간근무를 서고, 아침 8시에 퇴근을 하면, 점심시간에 홀로 자연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가 있습니다. 아침시간의 분주함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그 때 할머니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할머니의 남편은 육군 상사출신이셨고, 이미 돌아가셨습니다. 군생활을 하면서 밥을 제대로 챙겨 드시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찍 돌아가셨다고 하셨습니다. 그게 너무 죄스러워서, 젊은 군인들을 자기 자식같이 먹이시는 것이었습니다. 남편이 하사관이었기때문에, 평생 장교에게 존댓말을 하던 것이 버릇이 되어서, 아무리 어린 장교라도 존댓말로 대하시고, 장교에게는 식판을 갖다 주신다고 하셨습니다.
할머니의 말씀이 기억납니다.
"내 나이가 되면, 몸에서 냄새가 나요. 그래서 새벽마다 목욕탕가서 씻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할머니에게 자연식당은 돈벌이 사업이 아니라, 세상을 섬기는 사명이었던 것 같습니다.
할머니께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찾아뵙겠다고 약속드렸는데, 제대하고 나니 근처에 갈 여유가 없었습니다. 너무 죄송합니다.
할머니 덕분에 밥 잘 챙겨먹고 군생활 잘 마쳤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지금도 제 인생 최고의 맛집을 꼽으라면, 점촌 자연식당을 서슴지 않고 외치겠습니다."
부대내에서 생활을 하다가, 사회가 그리워서 점촌에 있는 셋방을 구했습니다. 동기생과 방을 나눠 썼는데, 문제는 밥이었습니다. 평생 서울집에서 엄마해주는 밥만 먹다가, 갑자기 밥을 해먹고 다니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죠. 그러나 감사하게도 점촌에는 자연식당이 있었습니다. 한끼 식사는 3천원입니다. 그런데 군복입은 군인은 5백원입니다. "월식"이라고 해서 한 달치 식비를 내면 5만원이었습니다. 연중무휴, 아침 점심 저녁까지 주고 도시락도 싸줍니다. 반찬은 12가지 정도 나왔고 모두 집밥입니다. 할머니 한 분이 운영하시는 식당이었습니다.
할머니 한 분이 운영하시다 보니, 모든 것이 셀프서비스입니다. 커다란 쟁반에 밥과 반찬이 준비되면, 스스로 가져다가 먹어야 합니다. 군인들이니 이런 시스템에 쉽게 적응합니다. 저도 쟁반에 밥을 가져오려고 하는데, 주인 할머니가 "안 됩니다"고 하십니다. "왜 안 되느냐?" 물으니, "장교들은 내가 직접 갖다 드립니다. 하사관들은 본인이 직접 갖다 먹는 겁니다." 저는 황송하게 아버지뻘 되는 하사관들 사이에서 할머니가 차려주신 밥을 앉아서 먹었습니다. 아무리 제가 직접한다고 해도 할머니는 "그게 여기 법입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제 나이 25살, 아무리 어린 장교에게도 존댓말을 하셨고, 나이가 많은 하사관에게는 무조건 반말을 하셨습니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식당이었습니다. 밥맛도 좋아서 일반인을 상대하도 좋을 식당인데, 일반인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습니다. 부대식당도 아닌데, 왜 장교와 하사관을 다르게 대하시는 지도 의문입니다. 이렇게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500원을 받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당시 서울에서는 한끼에 4천원 정도 했으니까요.
야간근무를 서고, 아침 8시에 퇴근을 하면, 점심시간에 홀로 자연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가 있습니다. 아침시간의 분주함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그 때 할머니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할머니의 남편은 육군 상사출신이셨고, 이미 돌아가셨습니다. 군생활을 하면서 밥을 제대로 챙겨 드시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찍 돌아가셨다고 하셨습니다. 그게 너무 죄스러워서, 젊은 군인들을 자기 자식같이 먹이시는 것이었습니다. 남편이 하사관이었기때문에, 평생 장교에게 존댓말을 하던 것이 버릇이 되어서, 아무리 어린 장교라도 존댓말로 대하시고, 장교에게는 식판을 갖다 주신다고 하셨습니다.
할머니의 말씀이 기억납니다.
"내 나이가 되면, 몸에서 냄새가 나요. 그래서 새벽마다 목욕탕가서 씻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할머니에게 자연식당은 돈벌이 사업이 아니라, 세상을 섬기는 사명이었던 것 같습니다.
할머니께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찾아뵙겠다고 약속드렸는데, 제대하고 나니 근처에 갈 여유가 없었습니다. 너무 죄송합니다.
할머니 덕분에 밥 잘 챙겨먹고 군생활 잘 마쳤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지금도 제 인생 최고의 맛집을 꼽으라면, 점촌 자연식당을 서슴지 않고 외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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