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에서 목사로 살기

작성자
김동원목사
작성일
2024-05-22 09:55
조회
9680
제가 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에서 가장 생활비가 비싼 도시 중에 하나입니다. 2024년 4월 기준으로 1베드 아파트 평균가가 월 2,910불입니다. 매달 만불 월급을 받아도, 세금떼고 나면 6,000불 남고, 방값내고 나면 3,000불 정도 남습니다. 여기에 차 한대 구입하면 매달 1,000불 정도 나가고, 밥 사먹고 친구들 만나면 저축할 여유는 거의 없습니다.

게다가 요즘 샌프란시스코는 심각한 인구 유출 위기입니다. 많은 회사들이 기업활동하기 힘든 샌프란시스코를 떠나서 텍사스같은 주로 이동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 큰 도시에 한인 유입도 거의 없는 형편이구요.

제가 아는 대부분의 목사님들은 저소득이십니다. 당장 생활비도 부족하고, 자녀들을 양육할 비용도 부족하고, 노후를 생각할 여유는 없습니다. 이렇게 비싼 동네에 목사님들은 어떻게 살고 계실까요? 사모님들이 직장생활을 하시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세탁소, 웨이트리스, 마트계산원 등이 많고, 간혹 전문직으로 간호사들도 있습니다. 더 작은 교회를 섬기는 목사님들은 다른 직업을 가지고 주중에 일하시고, 주말에 목사로 교회를 섬기는 분들도 있습니다. 목수, 전기기술자, 세탁소, 운전기사 등이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는 물가가 비싸고, 교회들이 작기 때문에 사모가 일하거나, 목사님들이 일하지 않으시면 교회가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저도 집사람이 회사원으로 일하며 교회와 가정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목사가 두 개의 직업을 가지고 일하는 경우를 목사의 이중직이라고 합니다. 제가 한국에서 목회하던 20년 전에는 이중직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습니다. "왜 목사가 목회에 전념하지 않고 다른 직업을 가지고 사느냐?"라는 생각들이었습니다. 교회의 상황이 어려워진 지금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긍정적으로 많이 바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목사님은 이런 이야기를 하셨죠. "추신수선수가 알바하면서 야구를 했으면 저만큼 성공했겠냐? 목사도 다른 일 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야 성공한다." 그건 추신수선수에게 해당되는 예외적인 이야기라서 일반화할 수 없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이중직이 성경적이냐는 질문은 의미가 없는 이야기입니다. 성경을 가장 많이 기록한 사도바울이 이중직으로 살았기때문입니다. 그는 풀타임목회자로 살 수 있었지만, 그 삶을 포기하고 텐트수리공으로 살면서 복음을 전했습니다. 목사가 재정적으로 매어버리면 말씀을 바로 증거할 수 없다는 신념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사도바울의 발언들은 거침이 없습니다. 복음의 핵심을 바르게 증거합니다.

현재 미국의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려운 미국교회들의 목사님들은 반전임으로 교회를 섬기고 계시고, 주중에는 다른 일을 하십니다. 어떻게든 교회와 복음을 지키겠다는 수고와 노력입니다. 이런 희생과 노력이 없으면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교회가 바로 설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도 바울처럼 이중직으로 교회를 섬기는 수많은 목사님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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