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 안 해가서 맨날 맞았던 기억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나는 단 한 번도 숙제를 해 간 적이 없었다. 매일 숙제 검사 시간이 되면 나는 앞으로 나가 대걸레로 맞았다. 처음에는 약하게 시작하셨던 것 같은데, 1년 내내 숙제를 안 해 가는 학생이 되자 선생님도 점점 힘이 들어갔고, 어느 순간부터는 사실상 풀스윙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이없는 이야기지만, 나는 숙제를 해 가면 맞지 않는다는 단순한 사실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해가 안 될 수도 있겠지만, 그때의 나는 정말로 그렇게 살고 있었다. 항상 숙제를 안 해 가는 학생, 그리고 늘 맞는 학생. 나는 스스로를 그런 존재로 규정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정말로 아무 생각이 없는 아이였던 것은 아니다. 나는 숙제를 하지 않는 편이 더 낫다고 계산하고 있었다. 숙제를 하는 시간보다, 숙제를 안 하고 놀면서 얻는 즐거움이 더 크다고 생각했다. 맞는 것은 괴롭고 창피했지만, 그것은 짧은 순간이었다. 반면 숙제를 하는 시간은 길고 번거로웠다. 나름대로는 효율적인 선택이라고 믿고 있었던 셈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늘 부드럽게 웃으시던, 마치 천사 같던 분이었다. 조귀령 선생님이었다. 그때도 나에게 숙제를 하지 않을 기회는 충분히 있었다. 선생님은 숙제 검사를 하셨지만 한 번도 나를 때리지는 않으셨다. 그래서 나는 더 편하게 숙제를 안 해 갔다. 그 시절 나는 나름대로 학교에서는 ‘공부를 조금 하는 아이’로 인정받고 있었고, 그것이 오히려 숙제를 더 가볍게 여기게 만든 이유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던 어느 날, 학급 운영위원을 뽑는 시간이 있었다. 친구들이 나를 추천했다. 그 순간 선생님이 나를 보며 미소를 지으시고 물으셨다.
“동원이는 숙제를 안 해서 안 돼. 동원아, 숙제 해 왔니?”
나는 순간 당황해서 “잊어버리고 안 가져왔어요.”라고 거짓말을 했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 짧은 순간, 이상하게도 마음속에서 무언가 무너지는 느낌이 있었다. ‘숙제만 했어도 저 자리는 내 것이었을 텐데. 나를 믿고 있는 선생님 앞에서 나는 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걸까.’
그날 이후 나는 처음으로 삶을 바꿔 보기로 결심했다. 조금씩 숙제를 하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하지 않던 일을 다시 시작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게다가 나는 늘 핑계를 만들 수 있었다. 집이 가난해서 참고서를 살 수 없었고, 그래서 정답을 알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 핑계만으로는 계속 버틸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친구들의 참고서를 빌려가며 숙제를 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예습하는 습관도 생겼다.
3년 동안 나는 여전히 혼나기도 하고, 때로는 맞기도 했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숙제를 해 가는 삶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조귀령 선생님의 그 한마디와 믿음이 내 안에 남아 있었다. 사람은 완벽해서 바뀌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자신을 믿어줄 때 바뀌는 것인지도 모른다. 속더라도 믿어주는 마음이 사람을 움직인다. 결국 믿음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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