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는 고프고, 마음은 기쁘고

작성자
김동원목사
작성일
2017-10-13 15:14
조회
272
수요일 새벽, 새벽기도를 드리러 교회로 향했습니다. 수요일 아침에는 마음이 바쁩니다. 교회에 도착해서 예배당에 불도 켜고, 난방도 켜고, 음악도 켜야 합니다. 수요일은 쓰레기수거하는 날이라서, 새벽에 쓰레기통도 내어 놓아야 합니다. 보통 새벽 6시경에 쓰레기를 수거하기 때문에, 시간을 놓치면 교회쓰레기를 한 주 뒤에 버려야 하는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교회에 도착해서 주차를 하려고 하는데, 교회 주차장 입구에 사람의 발이 보입니다. 분명히 사람입니다. 자세히 보니 노숙인입니다. 차량의 불빛을 보고, 몸을 웅크려서 피해주려고 하지만, 공간이 좁아서 피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그 노숙인에게 다가가서 부탁을 했습니다. "교회의 주차장 출입구라서, 차들이 많이 다닙니다. 위험하니 조금만 더 움직여 달라."고 말했습니다. 흑인 노숙인은 제 말을 듣고, 주차장입구를 피해서 다시 들어 누웠습니다.

예배를 드리는 동안, 그 노숙인이 너무 마음에 걸립니다. 추운 새벽에 벌벌 떨며 자고 있는 그분의 모습이 떠올라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제가 먹으려고 준비해 온 도시락을 그 노숙인에게 드렸습니다. "고맙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맛있게 제 도시락을 먹는 것을 보면서, 제가 더 기뻤습니다. 그 날 점심시간에 노인선교회에서 설교를 했습니다. 오전 내내 설교를 준비하고, 예배 때 설교를 했습니다. 바로 1시부터 성경공부가 있어서, 점심을 먹지 못했습니다. 성경공부시간에 어느 집사님이 준비해주신 간식으로 배를 채우고, 다른 일들로 사람들을 만나다가 저녁 늦게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정말 배가 많이 고프더군요. 그러나 마음은 따뜻했습니다. '내 도시락 드신 그 노숙인은 오늘 행복했을까? 그러면 됐지 뭐..."

갈수록 길에 노숙인들이 많아 지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일이 더 많아 지겠네요. 섬길 수 있어서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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