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애의 결과

작성자
김동원목사
작성일
2023-06-23 12:02
조회
1379
나는 부모님께 편애를 받았다. 누님이 한 분 있고, 남동생이 한 명있다. 부모님은 아들인 나를 나으시고, 너무 기뻐하셨고, 이 놈은 무조건 대학에 보낼 거라고 결심하셨다. 나를 위해서 교육보험이라는 것도 드셨다. 대학입학금을 모으는 적금같은 것이었다. 누나는 여자라서 맨날 밥하고 빨래만 했다. 누나가 우리 집에서 제일 공부 잘 했는데, 아예 대학을 못 가는 상고로 보내버렸다.

아직도 중3때 누나의 모습이 기억난다. 대학가고 싶어서, 인문계를 진학하겠다고 써냈다가 엄마에게 실컸 혼나고 상고진학으로 바꿨다. 내가 봐도 누나가 너무 불쌍했다. 같은 자식인데 여자라고 저런 차별을 받아야 하나?

나는 부모님의 기대대로 명문대학에 입학했다. 군대를 마친 후, 당시 최고의 직장이었던 이동통신회사에 입사했고, 또래 같은 직장인보다 훨씬 많은 연봉을 받았다. 그때 부모님께 돈으로 많이 효도해드렸다. 유럽여행도 보내드리고, 명절 때 마다 정말 많이 해서 드렸다. 부모님은 역시 최고의 투자라고 생각하셨다. 시집가면 끝인 딸에게는 투자하지 않고, 아들에게 몰빵을 가고, 아들이 성공해서 효도하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하셨다.

그러다가 내가 하나님의 은혜를 입어서 회사를 그만두고 신학교에 들어갔다. 목사가 된 이후 검소한 삶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말이 검소한 삶이었지, 다시 가난한 삶이 시작되었다. 부모님께도 돈으로 해드릴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명절에도 인사가지 못했다. 명절에도 새벽기도는 있으니, 교회를 지켜야 했다. 그러다가 미국유학을 나왔고, 지금은 미국시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일년에 한 번씩 한국에 인사드리러 나가기는 하지만, 불효자다.

나의 빈자리는 차별받던 누나가 채웠다. 부모님이 갑자기 아프시면, 무조건 누나에게 전화를 해서 도움을 받는다. 누나가 음식도 해가지고 오고, 간병도 누나가 한다. 누나 없으면 우리 부모님은 못 사신다.

편애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몰빵해서 편애해준 아들은 목사되어 미국가서 도움을 줄 수 없고, 차별했던 딸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편애와 차별은 가족을 망친다. 그리고 내가 계획한 대로 인생은 굴러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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