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앞에 장사가 없구나
제가 존경하던 한 은퇴 장로님이 계셨습니다. 젊은 시절 신학을 공부하셨고, 교회에서는 오랜 세월 장로로 충성스럽게 섬기신 분이었습니다. 교회를 누구보다 잘 아셨고, 신학적 식견도 깊으셔서 목회의 어려움도 잘 이해하셨습니다. 늘 제 마음을 헤아려 주시며 위로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그 장로님은 제가 심방을 가겠다고 하면 단호하게 사양하셨습니다.
“나 심방 올 시간 있으면 다른 교인들 심방하세요. 나는 괜찮습니다.”
그러던 어느 해 신년, 장로님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목사님, 섭섭합니다. 새해가 되었는데 심방도 안 오십니까?”
그날 이후로 저는 장로님을 더 자주, 더 열심히 심방하게 되었습니다.
세월 앞에 장사가 없다는 말이 있지요. 나이가 들면 우리의 마음도 이렇게 조금씩 변해갑니다.
제가 또 한 분 존경하는 목사님이 계십니다. 그 목사님은 50대 초반부터 제게 은퇴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셨습니다.
“원로목사가 되더라도 교회에는 출석하지 않을 거야.”
“새로 온 담임목사에게는 절대로 잔소리하지 않을 거야.”
왜 아직 한참 사역 중이신데, 또 저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이런 이야기를 하시느냐고 여쭈었더니, 목사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이 들어서 내 마음이 변할까 봐, 만나는 사람들에게 미리 다 말해 두는 거예요. 내 선배들도 나이가 드니까 변하더라구요.”
참 지혜로운 말씀이었습니다.
한 교회에서 20년 이상 섬긴 담임목사는 교인들의 결의로 원로목사로 추대될 수 있습니다. 원로목사가 되면 평생 교회에서 사례비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교회에는 원로목사님이 두 분 계시다고 합니다. 85세 원로목사, 65세 원로목사. 교인들은 그분들을 ‘큰 목사님’, ‘작은 목사님’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장수의 시대입니다. 어쩌면 원로목사 세 분이 계신 교회가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젊은 시절 열정과 정의로 사역하셨던 목사님들이 은퇴 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어떤 분은 교단 헌법을 무시하면서까지 교회를 자기 아들에게 물려주기도 하고, 어떤 분은 새로 온 담임목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아들과 함께 개척하겠다면서 교회에 개척 자금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또 어떤 분은 은퇴 후 갑자기 정치적 행보를 보이며 교인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합니다. 젊은 시절 그분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들입니다. 은퇴 후 그렇게 변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저는 이제 50대 중반이지만, 지금부터 진지하게 은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가 속한 미국장로교에서는 은퇴한 목사가 이전에 섬기던 교회에 출석할 수 없습니다. ‘원로목사’라는 제도도 없습니다. 평생 목회하며 받을 상급은 이 땅에서가 아니라, 하늘에서 받아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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