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를 잘 하고 싶으면 베껴라? 목사의 설교표절문제

작성자
김동원목사
작성일
2017-05-13 17:36
조회
747
제가 신학교다닐 때, 곽선희목사님의 영성수업을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워낙 강의를 잘 하시기도 하시지만, 대단한 설교자로 유명하신 목사님이셨기때문에 곽선희목사님의 강의를 수강했습니다. 수업도중에 한 학생이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목사님. 어떻게 하면 설교를 잘 할 수 있습니까?"
곽목사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설교를 잘 하고 싶으면, 내 설교를 따라해. 그러면 잘 할 수 있어. 처음에는 모방하면서 배우는 거야."

'모방은 새로운 창조'라는 말이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누구나 처음에는 잘 하는 사람을 보고 배워야 합니다. 그러면서 좋은 자기 나름의 스타일이 나오게 되는 거죠. 종종 목회자 중에서도 바른 본을 배우지 못해서 엉뚱한 스타일의 설교를 하는 안타까운 분도 만날 수 있습니다. 제가 아는 목사님은 안 쉬고 설교를 8시간이나 해본 적이 있다고 자랑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8시간 설교를 견딜 수 있는 교인이 더 대단한 것 같습니다.

요즘 설교 표절의 문제가 심각한 수준입니다. 워낙 인터넷에 설교자료들이 넘쳐나다 보니, 그 자료들을 참고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전체를 표절하는 목회자들이 생기고, 이로 인해서 교회와 목회자들이 고통당하고 있습니다. 너무 자료가 많은 것이 염려가 되는 세상이 된 것이죠.

최근에 인근의 교회에서 담임목사의 설교표절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그 교회는 단호하게 대응했고, 당회는 담임목사의 사표를 받았습니다. 그 목사님은 교회 인근에 교인들과 함께 개척을 했고, 이 과정 중에 상처받은 교인들은 교회를 떠났습니다. 교회로서는 정의로운 선택을 하기는 했지만, 안타까운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담임목사님이 설교를 표절한 것이 들통이 났습니다. 당회원들은 목사님께 사실여부를 질의했고, 목사님은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하나님과 교인들 앞에 회개했습니다. 그리고 교회는 아무 일이 없던 것처럼 담임목사의 실수를 용서하고 넘어갔습니다. 그 목사님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열심히 그 교회에서 목회하고 있습니다.

담임목회를 하면서, 표절의 유혹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너무 바쁘고 설교가 많습니다. 한국교회만큼 각종 성경공부와 프로그램이 많은 교회도 드뭅니다. 미국교회 목사님이 한국교회 담임목사님들의 설교횟수를 들으면 깜짝 놀랍니다. 게다가 새벽기도라는 말을 들으면 더 놀라죠. 너무 많은 설교를 하다보니, 성의없이 설교를 준비하거나, 남의 것을 베끼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목회학박사 논문을 쓰면서, 깜짝 놀란 경험이 있습니다. 당연히 영어로 써야 하는 논문의 안내서에 갑자기 한글로 된 문장들이 나타났습니다. 어떤 내용이었을까요?
"표절은 범죄입니다."
라는 한글이었습니다. 워낙 한국학생들이 논문표절을 많이 하다보니, 한국학생들을 위해서 경고문구를 세심하게 '한글'로 넣어 둔 것입니다.

남의 이야기를 출처도 없이 사용하는 것은 논문작성에서는 표절에 해당됩니다. 그러나 설교는 다르죠. 설교는 내가 들은 복음을 남에게 전하는 것입니다. 그 중에는 내가 깨달은 은혜도 있습니다. 그런 내용을 모두 출처를 표시해서 설교하면, 얼마나 설교가 지루해질까요? 그런 설교가 은혜로운 설교일까요?

미국에서는 설교문을 팔기도 합니다. '목적이 이끄는 삶'으로 유명한 Saddleback Church에서는 특별한 설교를 만들어서 팔기도 합니다. 그 교회의 특별 설교팀이 특별한 행사를 위해서 만든 설교문을 목회자들에게 팝니다. 그 설교문을 가지고 지역교회에서 설교하는 목사님들은 이 설교문이 어느 교회의 설교문이라는 밝히고 설교합니다. 너무 좋은 설교문이기에, 많은 분들이 은혜를 받습니다. 출처를 밝힌다면, 오히려 은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명설교가로 유명하신 이재철목사님의 이야기입니다. 여름휴가로 강원도에 있는 어느 지역을 방문했고, 어느 시골교회에서 주일예배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설교 중, 설교하는 지역교회 목사님이 자기 설교집의 내용을 그냥 읽으시고 계시더랍니다. 그런데 정말 참을 수 없었던 것은 이재철목사님이 경험한 경험담을 자신의 경험한 사실인 것처럼 그대로 거짓으로 이야기하더라는 것입니다. 이건 표절은 넘어서서 거짓말과 도둑질입니다.

설교는 목사에게 제일 중요한 요소입니다. 교인들은 목사의 삶을 보기 전에, 목사의 설교를 듣습니다. 대부분의 교인들은 일주일에 한번 예배를 드리고 설교를 듣습니다. 주일예배설교는 목사가 목숨걸고 준비해야 합니다. 주일설교는 하나님과 약속이고 교인들과의 성실한 약속이기때문입니다.

담임목사에게 주일설교는 마음 속에 돌덩이같아서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어도 큰 부담이 됩니다. 이 거룩한 부담을 잘 지고 갈 수 있도록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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