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없으면 종도 못해...

오랫만에 친척분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번에 교회에서 권사를 받게 되었다고 기뻐하셨습니다.그리고 얼마 뒤에 다시 소식을 들었습니다. 권사를 받지 않기로 했다고 하셨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습니다.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교회에서 권사받는데, 200만원씩 걷어서 내기로 했다. 그런데 내가 무슨 200만원이 있냐? 그래서 안 받기로 했다. 아니 못 받는 것이 맞다.'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권사는 '종'입니다. '일꾼'입니다. 어떻게 일꾼을 뽑으면서 돈을 바랄 수가 있습니까? 돈없어서 종을 못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 정말 썩어도 썩어도 너무 너무 썩은 교회입니다.

그런데 더 기가막힌 일은 이런 일이 대부분의 교회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사실입니다.

저도 그런 일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어느 교회의 부목사로 가게 되었을 때입니다. 교회에서 면접을 보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하더군요.

'우리 교회는 부목사에게 사택을 주지 않습니다. 그러니 알아서 사택을 구하십시오.'

그냥 죄송하다고 하고, 일어났습니다.

'목사가 무슨 돈이 있습니까? 목사가 어떻게 돈을 벌어서 사택비용을 마련하겠습니까? 사택을 못 주시면, 저는 돈이 없어서 사택을 주시는 교회를 찾아봐야 됩니다. 죄송합니다. 돈없는 목사라서...'

종 되는 데도 돈이 필요한가요?

돈으로 종이 되면 그게 종입니까? 상전입니까? 들인 돈이 아까워서라도 자릿값을 하려고 들지 않겠습니까? 본전생각나지 않을까요?

얼마 전, 한기총이라는 한국대표 기독교단체에서 20억(SBS보도 인용)을 들여서 회장에 당선되었다고 합니다. 그 20억은 어디서 나왔을까요? 목사님들이 돈이 어디서 났을까요? 교회도 회계장부가 있는데, 거기에 오르지 못하는 이 돈의 출처는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요? 20억을 쓴 사람이 종일까요? 상전일까요?

얼마 전 저희 교회 장로님께서 한숨을 쉬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목사님. 우리 교회에도 일꾼들을 세워야 할텐데, 요즘 교회 재정이 어려워서 어떻게 하죠? 걱정입니다.'

무슨 말일까요? 저희 교회는 일꾼을 뽑으면서 절대로 돈이나 선물을 받지 않습니다. 교회에 선물을 하겠다고 하는데, 절대 못 하게 했습니다. 다들 그렇게 한다고 이야기했지만, 절대로 그렇게 하지 말자고 했습니다. 물론 교회에 필요한 물건들은 너무 너무 많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식으로 하나님의 물건이 늘어나는 것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실까요?

그분 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종은 돈으로 일하지 않습니다. 아무 것도 하지 말고, 죽도록 몸으로 충성 다 하십시오.'

이렇게 일꾼들을 세우고 나니, 이분들이 얼마나 교회에 미안해하는 지 모릅니다. 빚도 안 진 분들이 빚진 마음으로 지금도 너무 너무 열심히 '종'으로 일하고 계십니다.

종은 돈으로 일하지 않습니다. 죽도록 몸으로 충성다해야 합니다.

그나저나 상처입은 우리 친척분은 어찌할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