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는 언제 영어를 잘하게 될까?

작성자
김동원목사
작성일
2020-10-20 22:14
조회
581

미국에서 한 10년 살았을 때, 아버지가 이렇게 물어보셨습니다.


"이제 영어 좀 할 줄 아냐?"


미국살이 15년 차이지만, 영어를 잘 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어느 정도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여전히 제 모국어는 한국어입니다. 한국어가 편하고 좋습니다. 영어는 늘 어디서 빌려 입은 옷 같은 느낌입니다. 


 


두 아들에게 영어에 대한 질문을 해봤습니다.


"언제쯤 영어가 편해졌니?"


아이들이 정말 재미있는 답을 했습니다. 그것도 둘이 똑같은 답을 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때 쯤이요."


큰 아들은 5살, 작은 아들은 18개월에 미국에 왔으니, 거의 네이티브급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습니다. 집에서 한국말만 사용하니, 아이들이 학교에서 기본적인 말들을 배우느라 고생했던 것입니다.


 


저희 아이들은 1.5세입니다. 이민사회에서 1.5세는 한국어와 영어를 유창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한인들의 부러움을 사는 분들이죠. 그러나 정작 1.5세들은 자신의 정체성이 모호하다고 불평합니다.


"좋게 말하면, 한국말 영어를 다 잘 하는 거구요. 나쁘게 말하면, 둘 다 서투르다는 말입니다."


 


언어학에서 1.5세를 어떻게 규정할요? 만 5세 이전에 다른 외국어에 노출된 사람을 말합니다. 5세가 지나면 모국어가 굳어져서 모국어를 기초로 다른 언어를 배우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말하면 저희 아이들은 1.5세가 맞습니다.


 


어떤 한국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영어를 잘 하도록 돕기 위해서, 집에서도 영어를 쓴다고 합니다. 미국 친구들을 사귀게 하고, 한국 친구들은 피하라고 가르치기도 합니다. 교회도 한인 교회가 아닌 미국교회를 다닙니다. 이러면 아이들의 영어가 늘까요? 네 영어가 늡니다. 아주 많이 늡니다.


 


그러나 문제가 있습니다. 이렇게 는 영어는 성적이나 전문성과는 상관없는 일상적인 영어들이라는 사실입니다. 한 마디로 공부와 별로 상관없는 생활영어들입니다.


 


제가 아는 청년이 있습니다. 그 청년은 고등학교때 미국에 왔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의사가 되었습니다. 공부를 아주 잘해서, 의과대학에서도 우등생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이런 고백을 하더군요.


"아직도 친구들 사이에 끼면, 미국애들 말을 못 알아듣겠어요. 미국애들 발표하는 것도 도저히 못 따라가요. 그런데 성적은 제가 더 좋습니다."


 


미국이민자의 아이들은 저절로 영어가 늡니다. 아이들의 영어를 위해서, 이민가정의 장점인 한국어를 포기하지 마세요. 집에서 배우는 영어는 그다지 미국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제가 아는 분은 중학교때 미국에 이민 오신 분입니다. 그분은 영어를 아주 잘 하시죠. 그러나 집에서 애들에게는 절대로 영어로 말하지 않으십니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제 영어가 한국 엑센트가 있는 Broken English입니다. 이건 고칠 수가 없어요. 이 영어를 제 자식에게 물려 주고 싶지 않습니다. 애들은 한국말로 가르쳐야죠."


 


이민자 부모님들이 아이들의 영어로 고민을 합니다. '내가 너무 한국말만 가르쳤나?'라고 자괴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 부모님들이 6년 뒤 반대의 고민을 합니다. 아이들이 한국말을 안 쓰고, 집에서도 영어만 써서, 말이 안 통한다는 겁니다.


 


제가 아는 한 분의 이야기입니다. 부모님이 영어를 거의 못 하십니다. 아이들이 영어를 못 할까봐 염려했습니다. 아이들이 커 가면서 반대의 고민을 하게 됩니다. 아이들이 영어만 쓰고 한국말을 잊어서, 자식들과 진지한 대화를 할 수가 없게 되었다고 합니다. 말이 안 통하는 아이때문에 너무 속상해서, 아이를 안고 엉엉 울었다고 합니다.


 


한국말을 잘 하는 아이가 영어도 잘 합니다. 아이들이 크면 클 수록 영어라는 기술이 아니라, 영어라는 기술 속에 숨겨진 생각의 깊이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언어라도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아이가 성공적인 아이로 자랄 수 있습니다.


 


우리를 한국인으로 만들어 주신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그분의 선택대로 한국말 잘 가르치고 배우며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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