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마지막 날에 인근 교회 목사님의 은퇴예배에 참석했습니다. 은퇴하신다는 말씀도 없이 조용히 은퇴하시려고 하셨는데, 후배들이 이 사실을 알고 축하해 드리러 방문했습니다. 목사님의 연세는 73세 쯤 되셨습니다. 미국장로교회는 은퇴연령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미국에서는 나이로 사람을 은퇴시킬 수가 없습니다. 차별금지법에 걸리는 일이죠. 목사님 스스로 은퇴를 정하시고, 갑자기 은퇴예배를 드리신 것이었습니다.

예배에 오신 미국 샌프란시스코 노회장님이 설교를 하셨습니다. 이 분은 미국 백인 여자 목사님이십니다. 'Journey to Newness(새 출발)'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해주셨는데, 말씀에 큰 은혜가 되었습니다. 아니 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설교 중에 교인들을 모두 일으켜 세워서 이렇게 선서시키시더군요.
"당신들은 담임목사와의 이별을 존중하십니까?" (Respect the separation)
미국 장로교에서는 은퇴예배가 정말 끝입니다. 이 후로는 자기가 섬긴 교회에 자기 발로 올 수도 없습니다. 정말 완전히 이별해야 합니다. 그날로 교회 열쇠 반납하고, 완전히 남이 되는 것입니다.

마지막 순서는 새로 오는 임시당회장이 축도를 하셨습니다. 완전히 바톤터치하는 겁니다. 임시당회장이 알아서 다 하게 되고, 담임목사는 완전히 손을 떼는 순간입니다. 임시당회장은 교회를 안정화시키고, 새 담임목사를 청빙하는 일을 돕습니다. 은퇴하는 목사는 절대로 새 담임목사선출에 관여할 수 없으며, 새 담임목사를 뽑기 전에 은퇴하고 나가야 합니다. 한국에서 문제가 되는, 담임목사직 세습같은 문제는 발생할 수가 없습니다. 은퇴목사는 완전히 사라지고 교인들이 새 담임목사를 뽑기때문입니다.

임시당회장의 역할도 대단합니다. 이분의 역할은 교회의 문제들을 수습하고, 새 담임목사를 선출하는 과정을 돕고, 새 담임목사가 목회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 뒤에, 새 담임목사가 오는 날 세례요한처럼 사라지게 됩니다. 제가 사는 지역에도 이 일만 전문적으로 담당하시는 경험이 많은 목사님들이 계십니다.

보통 교회에 문제가 생겨서 담임목사가 나가게 되면, 이 일로 분쟁이 생겨서 후임목사를 뽑는 일도 어려워 집니다. 그리고 후임목사가 교회 갈등상황에 투입되어 고전하다가 쉽게 그만두기도 합니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 임시당회장이라는 제도가 미국장로교 안에 있습니다.

은퇴예배를 드리면서, 한 20년 뒤 쯤에 있을 제 은퇴예배도 상상해봤습니다. 멋지게 이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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