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989년에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재수를 해서 한해 늦게 대학에 갔습니다. 노태우대통령 시절이었죠. 제가 다닌 학교는 학생운동의 중심지였습니다. 학교에서 큰 집회가 있는 날은, 등교길에 진풍경이 벌어집니다. 백골단이라고 하는 청바지에 헬멧을 쓴, 사복경찰들이 지하철역 입구부터 학교입구까지 서서 검문을 합니다. 분명히 10미터 앞에서 가방을 뒤졌는데, 그 사실을 알면서도 다시 가방을 뒤졌습니다. 가방에 뭐가 들었는 지, 무조건 뒤졌습니다.

제 친구는 청바지에 운동화를 즐겨 신었습니다. 그 친구는 운동권과 전혀 상관없는 학생이었죠. 하루는 학교에 가다가 백골단에게 검문을 받고, 잡혀갔습니다. 잡혀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으면, 운동권학생이다'라고 하며 잡아갔습니다. 그 친구는 그 이후로 학교올 때, 양복입고 서류가방을 들고 왔습니다. 이렇게 입고 다니면, 백골단이 검문을 잘 안 했기때문입니다. 그 친구 서류가방에는 책은 없었고, 도시락만 있었습니다.

저는 운동권학생은 아니었습니다. 기독교서클 활동을 했고, 그 기독교서클은 늘 세상의 돌아가는 것과 상관없이 하나님만 의지하자고 가르쳤던 아주 복음적인 동아리였습니다. 세상이 너무 어지럽다 보니, 더 하나님만 바라보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잘한 것 같기도 하고, 비겁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 이런 이야기를 젊은 친구들에게 하면, '그런 시절이 있었어요?'라고 하겠죠. 저도 노땅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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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3
19:49: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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