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콜럼버스데이'라는 날이 있습니다. 1492년 10월 12일에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한 이태리사람 콜럼버스를 기념하기 위한 날입니다. 미국은 10월 둘째 주일을 콜럼버스데이로 정해서 쉬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샌프란시스코는 이태리이민자들이 많습니다. 이태리사람들의 로비로 이 날을 공식 연방 공휴일로 지정하게 되었습니다. 미국 땅에 처음 이민을 온 사람은 이태리사람이라는 말입니다. 미국의 조상은 이태리사람이라는 말이기도 하죠.

지난 2018년 1월 23일 샌프란시스코시는 ‘콜럼버스데이’를 ‘북미 원주민의 날(Indigenous Peoples’ Day)’로 개명하는 방안을 23일 통과시켰습니다. 물론 이태리사람들의 반발이 대단했습니다. 그러나 이 날을 콜럼버스데이로 지키는 것은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일단 콜럼버스가 미국에 도착했을 때, 이미 이 땅에는 많은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 원주민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했죠. 심지어 금을 구해오라고 시키고, 못 구해온 사람은 손발을 잘랐다고 합니다. 가혹한 처벌을 괴로워했던 원주민들은 자식들과 함께 동반자살하기도 했습니다. 콜럼버스가 그렇게 학살했던 원주민은 2년 사이에 반으로 인구가 줄어버리기도 하죠.

콜럼버스에게 탐사 비용을 준 사람은 스페인의 여왕이었습니다. 당시 유럽은 전세계에 식민지를 개척하고 있는 중이었고, 식민지가 더 필요했던 스페인여왕이 콜럼버스의 물주가 되었던 것입니다. 원래 스페인여왕은 콜럼버스에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스페인여왕을 설득해서 콜럼버스를 돕게 했던 사람들은 정말 안타깝게도 스페인의 카톨릭 성직자들이었습니다. 당시 포르투갈교회와 경쟁관계였던 스페인교회는 더 많은 정복지와 선교지가 필요했기때문입니다. 지금도 캘리포니아에는 그 당시에 세워진 교회들이 '미션'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서 땅끝까지 복음을 전해야 하는 걸까요? 예수님의 사랑과 용서는 사라지고, 이교도는 잔인하게 죽였던 정말 부끄러운 교회의 역사에 머리가 숙여집니다.

이런 사람이었던 콜럼버스를 기념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입니다. 샌프란시스코시가 바른 결정을 내려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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