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복무하던 부대에는 방위병들이 많았다. 경북 예천에 있었던 공군비행장이라서, 인근의 상주, 영주, 안동에서 방위병들이 많이 출퇴근을 했다. 정말 별난 친구들이 많았다. 어떤 친구는 등에 용문신을 하고 있는 폭력배도 있었고, 어떤 친구는 농사짓다가 온 친구도 있었다. 대체적으로 대학생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가난한 시골지역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정말 별난 친구가 하나 들어왔다. 성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름은 '정남'이었다. 아무리 군기를 잡아도 잡히지 않는 일종의 고문관같은 친구였다. 이 친구가 하루는 출근을 하지 않았다. 방위병이 출근하지 않으면, 탈영에 준하는 벌을 받는다. 선임하사는 정남이가 큰 벌을 받지 않게 하려고, 정남이와 같은 동네 친구에게 가서 잡아오라고 했다.

정남이는 왜 출근을 하지 않았을까? 원래 정남이는 부대에 오려고 시외버스를 타고 부대로 오는 길이었다. 그런데 정남이 전날 밤 늦잠을 잤다. 시외버스에서 조는 바람에 부대 앞을 지나친 것이었다. 부대에 지각을 하게 된 것이다. 정남이는 지각해서 벌받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정남이는 '지각'대신 '탈영'을 선택했다. 정남이는 정말 고문관이 맞다.

친구를 체포하러 나간 동네 친구는 정남이를 동네 목욕탕에서 잡았다. 정남이가 자주 짱박히는 곳이었다. 정남이는 친구에게 체포되어 부대에 끌려 왔다. 선임하사는 정남이에게 영창을 보내는 대신, 반성문을 쓰라고 했다. 정말 그 선임하사는 자비로운 분이었다. 우리 부대는 헌병대였기때문에, 영창은 자기 집처럼 쓸 수 있었는데, 영창대신 반성문을 쓰라고 한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정남이가 반성문을 어떻게 쓰는 줄 모른다는 거다. 선임하사는 정남이에게 반성문 쓰는 법을 가르쳐줬다.
선임하사: "일단 네가 누구인 지 적어, 그 다음에 네가 무엇을 잘못했는 지 적어, 그 다음에 다시는 안 그런다고 적어 그러면 된다. 알겠지?"
정남이: "네! 알겠습니다."

정남이는 열심히 반성문을 적었다. 그 반성문을 보고 선임하사는 돌아버렸다. 아래는 정남이의 반성문이다.

"나는 정남이라네
정말 잘못했다네
다시는 안 그러겠다네"

정남이는 선임하사가 시킨대로, 반성문을 시 로 적었던 것이었다.

그 후 정남이는 퇴근길에 자전거를 타고 묘기(앞바퀴를 들고 타는 윌리윌리)를 부리다가 버스에 치어서 병원에 실려갔다는 후문이다. 정남이는 지금 뭘하고 있을까?
이모티콘 출력 링크 생성 이미지 추가 멀티미디어 링크 개조 인용구 작성 표(table) 생성 설문조사 이미지 갤러리 Creative Commons Licenses 네이버맵 연동 Code Highlighter
 
preview
문서 첨부 제한 : 0Byte/ 2.00MB
파일 크기 제한 : 2.00MB (허용 확장자 : *.*)
옵션 :
:
:
: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13 전문가를 건드리지 마라 김동원목사 2018-09-11 43
512 명성교회세습사건을 보면서 김동원목사 2018-09-11 39
511 적당히 배껴라 김동원목사 2018-09-04 65
510 장난감을 주시는 하나님 김동원목사 2018-08-01 53
509 집밥같은 설교 김동원목사 2018-06-25 78
508 가장 몸에 안 좋은 습관은? 김동원목사 2018-06-08 79
507 [군대의 추억]인체는 참 오묘해 김동원목사 2018-06-04 48
506 목사 자녀들의 상처 김동원목사 2018-05-28 47
505 [군대의 추억]제대를 늦게 해도 됩니까? 김동원목사 2018-05-28 45
504 [군대의 추억]가난한 방위병이야기 김동원목사 2018-05-28 37
» [군대의 추억]정남이의 반성문 김동원목사 2018-05-26 30
502 아메리칸 드림, 킹덤 드림 김동원목사 2018-05-26 39
501 미국의 결혼식 김동원목사 2018-05-18 52
500 샌프란시스코 노숙인 봉사 김동원목사 2018-05-17 98
499 독일인들이 생각하는 통일 김동원목사 2018-04-28 92
498 솔로몬과 알래스카 김동원목사 2018-04-20 36
497 벤예후다의 집념 김동원목사 2018-04-05 21
496 많이 알아서 행복한가? 김동원목사 2018-03-28 37
495 유승준, 말의 책임 김동원목사 2018-03-24 46
494 사모님이 이야기 안 했어요? 김동원목사 2018-03-19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