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복무한 부대는 공군비행장이었다. 조종사들도 있는 비행장이라서, 의무전대가 꽤 큰 규모로 있었고, 상주하는 군의관들도 있었다. 당시에 치과의사로 근무하던 분은 아주 실력이 좋았다고 들었고, 제대 후에 바로 부대 인근에 개업을 하셔서, 그분에게 군인들도 많이 찾아갔었다. 그러나 전문의가 턱없이 부족하여, 아프다고 병원에 가면, 소화제를 나눠주는 경우도 흔했다. 감기약은 너무 독해서, '복용 중 비행금지'라는 도장을 찍어서 나눠주곤 했다.

어느 날 저녁, 부대에서 근무 중, 너무 심한 복통으로 쓰러졌다. 바로 의무전대로 호송되었다. 당직 의사는 급성맹장염이라고 진단을 했다. 그리고 나가면서 이렇게 말하고 나갔다.
"맹장이네. 내일 아침에 쨉시다."
그 날 밤에 나는 죽는 줄 알았다. 말기 암 환자가 맞는 진통제 주사를 두 대 맞고서 간신히 그날 밤을 보낼 수가 있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그 다음 날 아침에 전혀 아프지 않았고, 멀쩡하게 퇴원할 수 있었다. 퇴원하는 나를 보며, 그때 군의관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참 인체는 오묘해. 어떻게 그렇게 아팠던 사람이 멀쩡하게 퇴원할 수가 있지?"

제대한 후에도 비슷한 증상으로 일반병원에 실려간 적이 있었다. 그 의사도 '맹장이 터졌다'고 수술을 하자고 했었다. 그러나 역시 그 다음 날, 나는 멀쩡하게 돌아다녔다.

미국에 와서 똑같은 증상으로 병원 응급실에 실려간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오묘한 질병이 무엇인지 알아냈다.
'신장결석'이었다. 군의관도 몰랐고, 외과전문의도 몰랐다. 미국의사가 내 등을 한번 툭쳐보더니, 바로 진단을 했다.
"신장결석이네요. 출산하는 것보다 더 고통이 큽니다. 물을 많이 드시면, 소변으로 나오니까 염려하지 마세요."

요즘 물 많이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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