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처음 담임목회를 시작했을 때, 원로목사님이 계셨습니다. 우리 교회 원로목사님은 아니었고, 다른 교회에서 은퇴하신 목사님을 '원로목사'로 호칭해 드렸던 목사님이었습니다. 1922년 생이셨고, 참 좋은 목사님이셨습니다. 늘 후배목사를 도와주려고 애쓰셨던 목사님이었죠. 몇년 전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히브리어와 헬라어를 읽고 쓸 줄 아실 정도로 정정하셨습니다.

매년 효도관광을 같이 가면, 늘 입버릇처럼 하시던 말씀이 있었습니다.
"내가 일본 오사카에 끌려가서 강제징용을 했어. 나는 은행다니다 끌려갔기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는 운이 좋았지, 친구들은 탄광에서 죽어갈 때, 나는 사무실에서 행정을 봤어. 1년 죽도록 부려먹더니, 돈도 안 주고 내쫓더라고."

당시에 강제징용에 대한 뉴스들이 많이 나올 때였고, 제가 들은 이야기를 해드렸습니다.
"목사님. 1965년에 한일기본조약을 박정희대통령이 맺으면서, 국가간 배상으로 다 배상받았다고 하던데요? 목사님은 모르셨어요?"

원로목사님은 격앙된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목사님이 그렇게 화내시는 것은 처음 봤습니다.
"고생은 내가 했는데, 누가 내 허락도 없이 배상을 받아?"

그 원로목사님은 몇해 전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저소득 아파트에서 마지막 눈을 감으셨죠. 억울하게 일본 끌려가서 일한 임금도 받지 못하셨습니다. 물론 일본에게서 받은 차관으로 나라를 발전시키기는 했지만, 여전히 억울하게 징용당한 사람들의 눈물은 누가 닦아주나요? 이번에 한국대법원에서 일인당 1억을 지급하라고 판결을 했지만, 일본이 배상을 할까요?

용서는 피해자가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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