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속한 미국장로교에는 은퇴하는 목사에 대한 가이드가 있습니다.
*1년동안 교인과 접촉하지 않는다.
*시무했던 교회의 현재 당회장의 허락없이는 절대로 예배에 참여하지 않는다.
*시무했던 교회의 지도자들에게 조언하지 않는다.
*시무했던 교회의 분쟁시 절대 관여하지 않는다.
*결혼, 장례, 세례 등 교회의 활동을 주례하지 않는다.
*환자심방, 병원심방을 갈 수 없다.
*새 담임목사와 교회에 관한 의견을 표시할 수 없다.
*새 담임목사와 교회에 대한 비교하는 발언을 할 수 없다. 공적인 자리이든, 사적인 자리이든 새 담임목사를 비교평가할 수 없다.
위의 계약서를 노회장이 가지고 와서, 은퇴하는 목사와 당회원의 서명을 받습니다.
미국 목사님들 중에는 이런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은퇴 후에 아예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가시기도 합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은퇴한 목사님이 집을 팔고, LA로 이사가십니다. 교회에 누가 되지 않게 하려고, 완전히 사라져 버리는 것입니다.

백주년기념교회의 이재철목사님께서 은퇴를 선언하셨습니다. 후임 담임목사들을 팀목회로 4명 세워 놓고, 은퇴하셨습니다. 그리고 경남 거창으로 이사를 가셨습니다. 교회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멀리 이사가신 것 같았습니다. 참 아름다운 퇴장인 것 같습니다.

전에 만났던 목사님은 은퇴를 일찍 준비하셨습니다. 그리고 젊었을 때, '언제 은퇴할 것이고, 은퇴 후에는 이렇게 할 것이다.'라는 내용을 교회 당회록에 기록하게 했습니다. "너무 일찍 은퇴를 준비하시는 것 아닙니까?"라고 내가 질문했더니, 그 목사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늙어서 딴소리할까봐 겁이 나서 정신있을 때, 기록해 놓으려고..." 그 목사님은 50대 목사님이셨습니다.

지난 번에 만난 선배목사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처음 교회에 왔더니, 가관이었습니다. 교회에는 너무나 많은 문제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문제들을 해결했습니다. 왜 해결이 되었는 줄 아십니까?"
저는 마음 속으로 원론적인 답을 생각했습니다.
'하나님께서 하셨습니다.'
그러나 그 목사님은 완전히 다른 답을 제시하셨습니다.
"원로목사님이 안 계셔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원로목사님이 계셨고, 그 목사님이 간섭을 했더라면, 교회는 더 어려워졌을 겁니다."

이재철목사님의 아름다운 은퇴를 보면서, 앞으로 20년 남은 제 은퇴를 멋지게 계획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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