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없는 부흥사

2019.10.19 13:40

김동원목사 조회 수:12

한참 지난 이야기입니다. 한국에서 부목사로 있을 때의 일인데, 교회에서 부흥회를 개최했습니다. 유명한 목사님을 모시고 부흥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부흥사 목사님이 바쁘셨던 것 같습니다. 예배 시간에 거의 임박해서 도착하셨습니다. 그런데 급히 나오다가 양복상의를 안 가져 왔다는 겁니다. 대충 덩치가 비슷한 부목사의 옷을 빌려달라고 해서, 빌려 입고 설교를 하셨습니다.

 

부흥사 목사님은 담임목사님과 너무 다른 분이었고, 설교도 너무 다른 스타일이었습니다. 우리 담임목사님은 하나님의 말씀을 풀어서 설명하는 분이었는데, 참 좋은 설교였습니다. 부흥사목사님은 무조건적 순종을 강조하는 전형적인 부흥사의 모습이었습니다. 부흥사가 예배 중에 너무 소리를 많이 질러서, 교회 앰프가 폭발하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앰프가 폭발할 정도였으니, 교인들이 얼마나 괴로웠겠습니까? 당연히 교인들은 실망했고, 둘째날에는 사람들이 덜 왔습니다.

 

이 모습을 본 부흥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평생 부흥회를 해봤지만, 첫날보다 둘째날 사람 적게 모인 것은 처음 봅니다. 이 교회는 왜 이렇습니까?"

솔직히 첫날 모이는 사람 수는 교회에서 모은 것입니다. 그러나 둘째날 모인 사람수는 부흥사의 실력입니다. 첫날 말씀이 좋으면, 왜 소문이 안 나겠습니까? 소문나면 알아서 더 모입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지 못하고 교인들을 책망하는 모습이 너무 답답했습니다.

 

부흥사가 설교를 마치고, 담임목사님이 광고를 하러 올라오셨습니다.

은퇴를 바라보는 담임목사님이 자기 아들 뻘 되는 부흥사에게 머리를 숙이고, 교인들이 모두 바라보는 앞에서 사과를 하셨습니다.

"제가 부족해서, 첫날보다 둘째날 교인들이 덜 왔습니다. 죄송합니다."

 

담임목사님의 사과를 듣고, 부흥사가 아닌, 담임목사님을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예의없는 부흥사였지만, 예의있는 담임목사님이었습니다. 그 부흥사는 지금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대형교회목사님이 되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교인들 앞에서 예의를 지키고 사과하신 담임목사님을 더욱 존경합니다. 저도 예의가 바른 목사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