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로회에는 "원로목사"라는 제도를 헌법으로 보장합니다. 헌법에는 이렇게 나와있습니다.

"한 교회에서 20년 이상을 시무한 목사가 노후에 시무를 사면할 때 교회가 그 명예를 보존하기 위하여 추대한 목사이며, 공동의회에서 투표하고 생활비를 정하여 노회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죽을 때까지 자신이 은퇴한 교회를 나갈 수 있고, 교회에서 생활비를 받을 수 있고, 원로목사실이라는 사무실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어떤 교회는 원로목사님이 두 분인 곳도 있습니다. 90세인 원로목사님 한 분과 70세인 원로목사님 한 분과 50세인 담임목사님 한 분이 있습니다. 담임목사님은 두 분의 원로목사님 눈치를 봐야 한다고 합니다. 목사님들이 더 장수하시게 되면, 원로목사가 3명인 교회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한국에 장로교를 전파한 원조인 미국장로교회에는 "원로목사"라는 말이 없습니다. "명예은퇴목사(Honorably Retired Pastor)라는 말만 있을 뿐입니다. 미국장로교회에서 은퇴하시는 목사님들의 제일 큰 걱정은, '이제 나는 어느 교회를 출석해야 하나?' 라는 고민입니다. 아는 사람이 없는 교회에 가면, "새 가족이세요?"라는 인사를 듣게 되고, "은퇴목사입니다."라고 대답하면, "왜 은퇴한 교회에 안 다니시고, 여기 오셨어요?"라고 답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젊은 담임목사님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눈치라고 합니다.

 

미국장로교회는 목사의 연금제도가 비교적 잘 준비되어 있는 편입니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분명히 은퇴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입니다. 교회는 무조건 담임목사의 연금을 매달 적립해야 합니다. 그래야 담임목사가 은퇴할 때, 교회가 부담을 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은퇴한 목사는 교회를 완전히 떠나야 합니다. 심지어 출석할 수도 없습니다.

 

노회에 종종 은퇴나 사임으로 교회를 떠나는 목사님들의 서약서가 올라옵니다. 미국장로교회는 무조건 이 서약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1. 나는 새 담임목사가 위임된 시점부터 1년 동안 교인들과 접족하지 않겠습니다.

2. 나는 새 담임목사가 초대하지 않으면 절대 예배에 참석하지 않겠습니다.

3. 나는 교회의 리더쉽에 어떠한 공적/사적인 조언을 하지 않겠습니다.

4. 나는 교회의 분쟁에 간섭하거나 조은을 주지 않겠습니다.

5. 나는 교인들의 결혼식, 장례식, 세례식, 예배인도, 교회기념일 등 어떠한 행사도 집례하지 않겠습니다. 단, 새 담임목사가 초대하면 가능

6. 나는 교인들을 심방하거나 상담하는 일을 하지 않겠습니다.

7. 나는 교회의 일에 대해서 새 담임목사에 방해되는 어떠한 의견표시도 하지 않겠습니다.

8. 나는 공적/사적으로 교회를 폄하하는 어떠한 발언도 하지 않겠습니다.

 

위의 문서에 당회서기, 노회장, 은퇴하거나 사임하는 목사가 모두 서명을 해야 합니다.

만약 위의 계약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노회에서는 법을 어긴 목사에 대해서 다양한 제재를 가할 수 있습니다.

 

미국장로교회는 왜 이렇게 은퇴자에게 잔인할까요?

그래야 은퇴자도 살고, 교회도 살 수 있기때문입니다. 제가 아는 미국장로교회 목사님들은 은퇴를 하고 나면, 아예 다른 지역으로 이사가십니다. 주로 자식사는 동네로 이사가셔서, 교인들과 연락끊고 사십니다. 그래야 새로 온 목사가 교인들과 적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언젠가 저 문서에 서명할 날이 오겠지요? 멋지게 서명하고 떠날겁니다. 그리고 제가 섬긴 교회를 위해서 죽을 때까지 기도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