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교회에 부목사로 청빙을 받았을 때의 일입니다. 담임목사님을 만나서 면접을 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고 갔지만, 돈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목사는 돈보고 움직이는 직업이 아닌 성직이기에, 사례비가 얼마나 되는 지는 물어보고 싶지도 않았고, 물어 볼 수도 없었습니다. 담임목사님이 저에게 "우리 교회는 사택이 없으니, 차와 사택은 알아서 구해 오시라"고 하셨다. 내가 알기로는 전임부목사님이 나가시면서 사택이 비어 있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아마 사택을 아끼고 싶으셨나 보다. 담임목사님께 이렇게 말했다. "목사님. 저는 가난해서 사택을 구할 돈이 없습니다. 저는 이 교회를 섬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씀드리니, 바로 담임목사님이 말을 바꾸신다. "그러면 사택을 줄 테니, 들어와서 일하라"고 하셨다.

목사는 종이다. 하나님의 종이다. 종은 돈이 없다. 돈가지고 종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2016년 10월 우리 교회는 3명의 장로를 세웠다. 내가 담임목회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세우는 장로님들이다. 2009년에도 그랬지만, 우리 교회는 새로 직분을 받는 분들에게 선물을 받지 않는다. 통상적으로 교회에서 직분을 받는 분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헌금이나 헌물을 한다.

전에 있었던 교회의 일이다. 어느 분이 장로를 받게 되셨다. 당시 돈으로 2천만원을 들여서, 당시에는 최고로 좋은 프로젝터와 스크린을 강대상에 설치하셨다. 정말 좋은 물건이었다. 그러나 무척 덩치가 큰 물건이었다. 기술의 발전이 얼마나빠른가? 한 2년 지나고 나니, 신기술과 신제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교인들은 저렇게 덩치가 큰 구형TV같은 프로젝터와 스크린을 얇은 LCD TV로 교체하자고 했지만, 그 물건을 헌물하신 장로님은 자기가 은퇴할 때까지는 절대로 철거할 수 없다고 버티셨다. 멀쩡하게 잘 되는 물건을 왜 버리려고 하느냐? 이 물건을 버리는 것은 나를 버리는 것과 같다! 라고 버티셨다. 몇 년 뒤, 새로 오신 담임목사님이 내 막도 모른 채, 그 장로님의 헌물을 갖다 버리셨다는 후문이다.

우리 교회는 임직자들에게 헌금 헌물 강요하지 않는다. 아니, 절대로 못하게 막는다. 오히려 교인들에게 헌금하라고 한다. 종을 세워야 하니, 기쁨으로 헌금해서, 우리가 헌금한 돈으로 행사를 치르자고... 교인들이 기쁜 마음으로 참여해주었다. 그리고 새로 세워지는 장로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장로님들! 긴장하세요. 우리가 왜 헌금하는 줄 아세요? 종으로 부려 먹으려고 그럽니다!"

이런 마음으로 2009년에 세웠던 안수집사님과 권사님들은 진짜 교회의 종이 되셨다. 그 분들 중에 일부가 이번에 장로가 되셨다. 아마 참된 종의 마음을 잊지 않고 사실 것 같다.

자기 돈으로 직분을 사면, 그걸 "매관매직"이라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아마 본전생각이 날거다. 그리고 종의 마음은 사라질 거다. 교회에서 사용하는 "종"이라는 말에는 다른 뜻도 들어 있다. "높은 분" "상전". 국어사전에도 없는 그런 몰상식한 뜻을 만들지 말자. "종"은 그냥 "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