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 교회 정치 참여

작성자
김동원목사
작성일
2025-06-09 21:50
조회
3678
몇 년 전 노회 모임에 참석했을 때, 노회에서는 대통령선거와 관련하여 몇 가지 가이드를 제시하였습니다. 인종을 차별하지 않고, 환경을 보호하며,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특정 후보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이렇게 원칙적인 가이드만을 전달했을까요?

그 이유는 미국에서는 종교단체가 특정 정치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거나 반대할 경우, 세금 면제 혜택을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규정은 1954년, 당시 텍사스 주의 연방 상원의원이었던 린든 B. 존슨(Lyndon B. Johnson)에 의해 제안되어 세법에 추가되었습니다. 그는 훗날 제36대 미국 대통령이 됩니다.

당시 존슨 의원은 상원 재선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일부 보수 성향의 비영리 단체들이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Facts Forum이나 National Committee for Christian Schools와 같은 단체들은, 반공주의적 시각에서 존슨을 “공산주의에 물든 인물”로 몰아붙이며 공개적으로 낙선 운동을 벌였습니다. 문제는 이 단체들이 세금 면제 혜택을 받는 비영리 단체였다는 점입니다. 세금을 내지 않으면서도 정치에 개입하는 모습이 존슨에게는 매우 불공정하게 느껴졌고, 이에 그는 "세금 면제 혜택을 받는 비영리 단체는 정치 후보에 대한 지지나 반대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법으로 만든 것입니다.

이 법은 오늘날까지도 유효하며, ‘존슨 수정안(Johnson Amendment)’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 법에 따라 미국의 교회나 목회자들은 공예배 중이나 교회 공식 채널을 통해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발언을 할 수 없습니다. 물론 설교에서 듣는 이가 대략적으로 유추할 수 있을 정도로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경우는 있지만, 직접적인 지지는 IRS(국세청)의 제재를 받을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교회가 면세 혜택을 상실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교회가 누리는 면세 혜택은 매우 특별합니다. 교회는 예배당과 부속 건물에 대해 재산세를 내지 않으며, 교인들이 드리는 헌금에 대해서도 소득세가 부과되지 않습니다. 일부 주에서는 교회가 차량이나 물품을 구입할 때에도 소비세 면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제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주는 이러한 소비세 면제 혜택은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번 한국 대통령선거를 지켜보면서, 개인적으로 깊은 우려를 느꼈습니다. 한국에서는 목회자들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발언을 지나치게 쉽게 하고 있으며, 때로는 교회가 정치 집단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교회가 좌우로 나뉘어 서로를 정죄하고, 각자 하나님의 뜻을 주장하는 모습은 매우 안타깝습니다.

한국의 교회들도 다양한 세금 혜택을 받고 있음에도, 정치적 발언에 대한 법적 제재는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오히려 교회의 정치 참여를 비판하면 낙선 운동을 벌이겠다고 경고하는 일부 교회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성도들은 목회자의 정치적 발언에 지치고 상처받고 있으며, 그로 인해 교회를 떠나고, 나아가 복음에서 멀어지는 일들도 생기고 있습니다. 이는 매우 마음 아픈 현실입니다.

저 역시 한국에서 부목사로 사역하던 시절,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담임목사님은 연세가 많은 분이셨고, 자신의 세대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갖고 계셨습니다. 산업화 시대를 지나며 열심히 일해 나라를 일군 세대였다는 점에서 존중할 만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설교 중에 자주 등장하던 불편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바로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찬양이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아니었으면 우리가 밥도 못 먹었을 겁니다”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얼마든지 그런 견해를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예배 설교 시간에 하실 말씀은 아니었습니다. 결국 교인 중 한 집사님이 예배 중 화가 나서 뛰쳐나가셨고, “내가 이런 정치 발언 들으러 교회 오는 줄 아십니까?”라는 말을 남기고 교회를 떠나셨습니다.

저는 한국 교회도 미국처럼 정치 발언에 일정한 제한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회는 복음을 선포하는 곳이지, 정치적 이념이나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플랫폼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교회의 순수성과 복음의 본질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정치와 신앙의 경계는 분명히 세워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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