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선생님, 점쟁이인가?

작성자
김동원목사
작성일
2026-06-08 13:10
조회
889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는 폭력이 난무하는 학교였다. 신림동 산꼭대기에 자리 잡은 학교였는데, 내가 13회 졸업생이었으니 비교적 신설 학교였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평범하고 착했지만, 공부를 포기하고 동네를 돌아다니며 약한 학생들에게 돈을 빼앗는 아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 시절 학교에서는 학생들끼리의 힘의 서열이 분명했다. 주먹이 센 아이들이 목소리를 높였고, 약한 학생들은 괜히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다행히 우리 반에는 태권도 유단자인 친구가 한 명 있었다. 키는 작았지만 누구도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그 친구는 착했다. 힘이 있었지만 약한 친구들을 괴롭히지 않았다. 오히려 반을 지켜 주었다. 그 친구가 한 번 큰소리를 내면 복도에서 기세등등하던 학폭자들도 조용해졌다. 덕분에 우리 반은 비교적 안전한 공간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이상한 말이지만, 당시에는 선생님들의 폭력이 차라리 낫다고 느껴질 때도 있었다. 선생님들은 귀신같이 문제 학생들을 찾아냈고, 그들을 거칠게 다스렸다. 지금 기준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당시 학교는 그런 시대였다.

특히 잔인하기로 유명한 선생님이 한 분 계셨다. 학생들은 그분을 '미친개'라고 불렀다. 두꺼운 안경을 쓰고 계셨는데, 안경 너머로 도대체 어디를 보고 계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어느 날 수업 시간이었다. 선생님은 불량학생 한 명을 교단 앞으로 불러 세웠다. 그리고는 모든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무섭게 야단치며 매를 들었다. 그 학생에게 오랫동안 괴롭힘을 당했던 아이들에게는 묘한 통쾌함마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한참을 혼내던 선생님이 갑자기 교실 뒤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너, 힘 좀 있다고 세상이 다 네 것 같지?"

교실은 조용해졌다.

"저기 앉아서 공부하는 저 모범생이 바보처럼 보이지?"

선생님이 가리킨 학생은 전교 1등을 하던 아이였다.

그리고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쟤가 나중에 검사 돼서 너 감옥에 집어넣을 거다. 그때 너는 쟤 앞에서 벌벌 떨게 될 거야."

교실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당시에는 누구도 그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저 불량학생을 혼내기 위해 하는 과장된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세월이 흘렀다.

10년쯤 뒤에 들은 소식이었다. 그 전교 1등 학생은 정말 검사가 되었다.

그 선생님, 아무래도 점쟁이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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