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배운 성실함

작성자
김동원목사
작성일
2026-06-22 20:06
조회
1738
제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우리 집은 중국음식점을 했습니다. 몇 년 동안 장사를 하시다가 너무 힘들어서 더 이상 할 수 없겠다며 가게를 정리하셨습니다. 이후 어머니는 시장에서 건어물 장사를 하셨고, 아버지는 고무줄 장사를 시작하셨습니다. 자동차 타이어 안에 들어가는 튜브를 잘라 만든 고무줄을 들고 이곳저곳 다니며 파셨습니다.

어린 저의 마음에는 두 가지 감정이 함께 있었습니다. 하나는 부끄러움이었습니다. 친구들에게 아버지의 일을 말하기가 창피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감사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무거운 짐을 들고 다니며 땀 흘리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가 저렇게 열심히 일하시는데 나도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아버지는 평생 몸으로 하는 힘든 일을 하며 사셨습니다. 쉬는 날도 거의 없이 일하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아버지 입에서 “힘들다”, “아프다”라는 말을 거의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 모습을 통해 저는 성실함이 무엇인지 배웠습니다. 아버지는 열심히 일하셨지만 생색내지 않으셨습니다. “내 덕분에 먹고 사는 줄 알아라”거나 “내가 이렇게 고생하니 너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을 주지도 않으셨습니다. 그런 말씀을 하지 않으셔도 자녀들은 이미 부모의 수고를 알고 있습니다.

또한 아버지는 공부 문제로 저를 심하게 꾸짖으신 적이 없었습니다. 성적이 떨어지면 주로 어머니께 혼이 났지, 아버지께 야단맞은 기억은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고 제 성적에 관심이 없으셨던 것은 아닙니다. 제가 좋은 성적을 받아오면 누구보다 기뻐하셨고, 성적표를 성경책에 끼워 가지고 다니시며 자주 들여다보셨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 기도하셨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버지의 사랑은 잔소리가 아니라 기도였습니다.

아버지는 올해 만 89세가 되셨습니다. 지금은 집에서 어머니를 돌보시며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계십니다. 자주 영상통화를 하지만, 멀리 미국에 사는 장남으로서 늘 죄송한 마음이 있습니다. 더 잘해 드리지 못한 아쉬움도 있습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깨닫습니다. 좋은 아버지를 만난 것은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라 하나님의 큰 은혜였습니다. 저는 아버지에게서 성실함과 책임감을 배웠고, 말보다 삶으로 보여 주는 사랑이 무엇인지를 배웠습니다. 아버지의 삶을 돌아보며, 저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기도합니다.

참 좋은 아버지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 땅의 모든 아버지들에게도 하나님의 위로와 은혜가 함께하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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