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의 주택문제

작성자
김동원목사
작성일
2025-03-23 21:53
조회
75


우리 교회 밑에 있는 4가구가 사는 아파트의 모습입니다. 미국에서는 저런 형태의 임대주택을 아파트라고 합니다. 한국의 아파트하고는 많이 다릅니다. 얼마 전 이 아파트이야기가 지역뉴스에 나왔습니다. 저 아파트에는 94세 헬렌할머니가 살고 계십니다. 이 할머니는 12살에 이 아파트에 이사를 와서 82년 동안 살고 계십니다. 헬렌은 병환이 심해져서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있습니다. 헬렌은 임대료통제법 덕분에 시세보다 싸게 임대료를 내고 살고 있습니다. 이 아파트의 현 시세는 3000불 선이지만, 헬렌은 몇 백불의 임대료만 내면 됩니다. 이 아파트에는 헬렌 뿐 아니라 이렇게 오래 사는 3가구의 이웃들이 더 있습니다. 아파트 4채의 총 한 달 임대료는 4000불이 좀 안 됩니다. 몇 년 전 주인은 이 아파트를 다른 업자에게 팔았습니다. 세입자들의 임대료로는 그 비싼 재산세도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집주인은 세입자들을 모두 내보내고 제대로 임대료를 받고 싶습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에서는 입주자를 함부로 내보낼 수도 없습니다. 끝내 집주인은 헬렌과 세입자들을 계속 받아주기로 결정했습니다. 물론 집주인의 손해도 막심하겠죠.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종종 벌어지는 일입니다.

샌프란시스코는 매우 높은 렌트비를 자랑하는 도시로, 이는 제한된 주택 공급과 강한 수요, 특히 실리콘밸리의 기술 기업들이 지역 경제를 주도하면서 고소득층의 유입이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주택 개발에 대한 규제와 높은 건설 비용, 부동산 시장에서의 투기적 요소들이 렌트비 상승을 부추깁니다. 더불어, 샌프란시스코의 매력적인 위치와 생활 환경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거주하고자 하게 만들며, 이로 인해 렌트비는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시정부는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법적 조치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법 중 하나는 임대료 통제법(Rent Control)입니다. 이 법은 일정 연도 이전에 건축된 주택에 대해 임대료 상승을 제한하고, 임대료 인상이 일정 비율 이상으로 오르지 않도록 규제합니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시는 매년 1.4% 이상 임대료를 인상할 수 없도록 정해두고 있습니다. 또한, 퇴거 보호법(Eviction Protections)은 세입자가 부당하게 쫓겨나지 않도록 보호하며, 세입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퇴거당할 수 없습니다. 이 외에도, 보호된 세입자법(Protected Tenants Laws)과 세입자 전용 변호사 지원 프로그램 등도 세입자를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시정부는 이러한 법적 장치를 통해 세입자들이 집주인의 부당한 요구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집을 더 짓는 것이 해결책처럼 보일 수 있지만,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대도시에서는 몇 가지 이유로 쉽지 않습니다. 첫째, 토지 부족이 큰 문제입니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리적으로 제한된 면적을 가지고 있고, 이미 개발이 많이 이루어진 도시입니다. 새로운 주택을 건설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거나 비쌉니다. 둘째, 건축 비용이 매우 높습니다. 샌프란시스코는 높은 인건비와 자재비, 엄격한 건축 규제 때문에 주택 건설 비용이 상당히 비쌉니다. 셋째, 지역 주민들의 반대도 중요한 장애물입니다. 새로 건설되는 주택이 주변 환경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주민들이 많습니다. 특히 고급 주택이 건설되면 주택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걱정이 있어 개발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습니다. 집을 더 짓는 것이 이상적으로는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현실적인 제약이 많아 새로운 주택 공급을 늘리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렌트를 시장에 맡기면 결국 도시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특히 저임금 직군에 속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이 도시에 살 수 없게 되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교사들 같은 중요한 직군이 그 지역을 떠난다면, 이는 단순히 그들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공교육의 질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교사들이 더 낮은 임대료와 더 나은 생활환경을 찾아 다른 도시로 이주하면,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도시의 공교육 시스템이 점차 약화됩니다. 이로 인해 도시의 주민 이주도 가속화되며, 결국에는 도시의 사회적, 경제적 균형이 붕괴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택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는 도시의 경제적 활력이 사라지고, 고유한 커뮤니티가 유지될 수 없게 됩니다.

샌프란시스코 시는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임대료 통제법을 통해 기존 주택에 대한 임대료 인상을 제한하고, 저소득층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공공-민간 파트너십을 통한 주택 프로젝트를 추진합니다. 또한, 세입자 보호법을 강화하여 불법 퇴거를 방지하고, 주택 신탁 기금을 통해 저소득층 주택 건설을 지원합니다. 그러나 높은 건축비와 토지 부족, 부유한 계층의 유입 등으로 주택난 해결에는 여전히 큰 도전이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 샌프란시스코의 주거문제는 어떤 방향으로 가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