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이 닮았네

작성자
김동원목사
작성일
2023-03-10 11:19
조회
7279
저는 기록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대학생 때 컴퓨터를 사면서 생긴 습관인 것 같습니다. 교회일은 주일단위로 진행되기 때문에 매 주일마다 한주간 있었던 일들과 행사들을 기록합니다. 내년에 이 일을 반복할 나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한 번 실수는 실수이지만, 실수가 반복되면 그건 내 실력이 그것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죠. 그래서 매 주일 있었던 일을 기록합니다.

또 하나는 교회를 떠날 때, 후임자를 위해서 업무인수인계메뉴얼을 만듭니다. 1년 단위로 작성하고, 매주 어떤 일을 진행했는지를 기록합니다. 후임자가 그 매뉴얼만 보면 어렵지 않게 교회를 인도할 수 있을 수준으로 만듭니다. 저는 떠나는 교회에 항상 그 매뉴얼을 만들어주고 나왔습니다.

큰 아들이 대학생시절에 뉴욕에서 일했던 스타트업회사가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대기업의 인턴쉽을 하면서도 틈틈이 그 회사를 위해서 일했습니다. 그리고 제대로 취업을 한 후에는 스타트업일을 그만두게 되었죠. 아들이 뭔가 열심히 문서를 만들고 있기에 제가 뭐냐고 물어봤습니다. 다음 사람에게 인수인계할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고 했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스스로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아들은 일을 하면서 새로 배운 것들과 실수한 것들을 모두 기록해 놓는 버릇이 있습니다. 실수를 반복하면 실력이 된다는 철학이 있습니다. 작은 아들도 기록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시키지도 않았고,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우리 가족 모두에게 기록하는 습관이 있네요.

기억은 기록을 이길 수 없습니다. 아이들이 제 발가락을 닮았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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