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더 인간다운 걸까?

작성자
김동원목사
작성일
2025-09-30 20:40
조회
54

얼마 전 샌프란시스코의 대표적인 관광지 유니온스퀘어를 찾았습니다. 거리는 관광객들로 붐볐고, 차량 정체도 심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속에서 흥미로운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무인택시인 웨이모(Waymo) 세 대가 같은 차선에 서 있었는데, 맨 앞 차량이 계속해서 방향지시등을 켠 차량들에게 길을 양보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양보가 지나칠 정도로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끼어들기 어려운 구간인데도 웨이모는 앞차의 방향지시등을 원칙적으로 인식하고 길을 터주었고, 그 사이 다른 운전자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신나게 웨이모 앞으로 끼어들었습니다. 결국 웨이모 뒤에 서 있던 차들이 속이 터져 경적을 울리며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그 장면을 보며 “과연 무엇이 인간다운 것일까?”라는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웨이모는 원칙에 충실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그 원칙 앞에서 인간 운전자들은 각자 이익을 챙기기에 바빴습니다. 그러다 보니 결과적으로는 기계가 양보심을, 인간은 이기심을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인간다움’이란 무엇일까요? 약속을 지키고 원칙을 따르는 것일까요, 아니면 상황을 보며 계산하고 자기 이익을 챙기는 것일까요? 웨이모는 인간의 약음과 간사함을 배우지 못했기에 비효율적으로 보였지만, 동시에 그 모습은 우리에게 묘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어쩌면 지금은 기계가 인간보다 더 인간답게 보이는 시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가는 “인간이 기계만도 못하다”라는 말이 낯설지 않게 들릴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