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ymo를 단속한 경찰이야기

작성자
김동원목사
작성일
2025-09-30 21:07
조회
61


2025년 9월,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공항근처의 샌브루노(San Bruno)에서 흥미로운 사건이 보도되었습니다. 경찰이 무인 자율주행 택시 웨이모(Waymo)를 불법 유턴(illegal U-turn)으로 정차시킨 일입니다. 경찰차가 경광등을 켜고 접근하자, 웨이모는 스스로 길가에 차를 세웠습니다. 그러나 차량 안에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결국 경찰은 티켓을 발부할 수 없었고, 웨이모 측에 사고 사실을 통보하는 것으로 사건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자율주행 기술이 이미 도로 위에서 현실로 존재하지만, 법과 제도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럼 웨이모는 어떻게 경찰차의 접근을 인식하고 정차했을까요? 웨이모 차량에는 경광등과 사이렌을 감지하는 센서와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차량은 긴급차량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안전하게 길가에 정차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경찰이 경광등을 켜고 다가오면 차량은 속도를 줄이고 차선을 벗어나 멈춥니다. 즉, 웨이모에는 사람처럼 경찰에게 대응하는 ‘경찰 모드 버튼’이 있는 것은 아니고, 자동 비상 대응 알고리즘이 작동한 것입니다.

그럼 경찰이 차량을 확인하려고 할 때, 웨이모는 창문을 열어줬을까요?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차량 내부에는 운전자가 없기 때문에, 경찰이 창문을 두드린다고 해서 사람이 나타나는 일은 없습니다. 대신 차량 외부에는 안내 스티커와 QR 코드가 붙어 있어, 경찰은 웨이모 운영센터와 원격으로 연락할 수 있습니다. 일부 상황에서는 차량 내부 스피커를 통해 원격 안내가 제공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보여주는 가장 큰 문제는 책임 소재와 보험입니다. 전통적인 자동차 보험은 항상 운전자가 사고를 낼 것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운전자가 없는 완전자율주행 차량이 사고를 내면,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운전자가 탑승하지 않았으므로 개인 보험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 경우, 사고 보상은 차량 제조사나 운영사의 책임 보험(product liability, commercial auto insurance)을 통해 처리됩니다. 반대로 운전자가 개입할 수 있는 부분 자율주행 차량에서는 여전히 개인 보험과 제조사 보험이 상황에 따라 분담하게 됩니다. 결국 법과 보험은 아직 자율주행 시대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기술의 발전을 제도가 따라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제도를 만드는 작업이 시급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율주행 시대가 가져올 긍정적인 미래를 상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람이 직접 운전하지 않아도 되고, 교통사고가 감소하며, 이동 시간은 더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차량은 스스로 길을 판단하고, 긴급차량을 감지하며, 위험 상황에서 안전하게 정지할 수 있습니다. 법과 제도는 뒤따라야 하지만, 기술은 이미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국 인간과 기계가 함께 배우고 조화하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더 안전하고 편리한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언젠가는 “차가 운전하는 세상”이 자연스러운 풍경이 되고, 인간과 기계가 서로의 역할을 이해하며, 편리하고 안전한 교통 환경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지금은 법과 제도가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지만, 기술의 진보가 우리에게 가져다줄 미래는 분명 희망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