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배심원제도

작성자
김동원목사
작성일
2026-08-13 09:02
조회
21
미국 시민권을 받고 나면 안 좋은 점이 하나 있습니다. 1년에한 번은 배심원으로 호출된나는 겁니다. (Juror Sermon)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한 주에 2000~3000명 정도를 우편으로 호출합니다. 호출 당한 사람은 바로 전날 법원 홈페이지에서 자신의 호출상태를 확인해야 합니다. 그 중에서 300~500명은 법원에서 대기하라고 명령이 납니다. 그 중에서 실제로 재판장에 불려가는 사람은 100~200명 정도이고, 그들 중에 24~48명은 실제 재판정에 들어가게 됩니다. 사건당 12명의 배심원이 필요합니다. 보통 재판이 2~4개 정도니 이런 계산이 나오는 겁니다.

배심원우편을 받고 월요일부터 계속 대기를 했습니다. 확인할 때 마다 "내일 다시 확인하시오." 라는 메시지가 나와서 '이러다 말겠지.' 생각했는데, 목요일은 실제 호출이었습니다. 집에서부터 걸어서 10분 정도인 Bryant st.에 있는 법원으로 갔습니다.



들어가자 마자, 금속탐지기를 통과하고 경찰들의 검문을 받습니다. 3층 배심원대기실로 가니 수백명의 배심원후보들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저는 그날이 마지막이었고, 귀가했습니다. 미국 시민권자는 이걸 매년 반복해야 합니다.

왜 이렇게 사람을 귀찮게 하는 걸까요? 최근에 있었던 사건을 통해서 배심원제도의 중요함을 다시 깨달았습니다.

2022년 11월, 캘리포니아 레드우드시티에서 17세 운전자 시저 모랄레스가 시속 100마일이 넘는 속도로 불법 스트리트 레이싱을 벌이다 맞은편 차량을 충돌하여 어린 두 자녀를 둔 40대 부부를 현장에서 사망하게 했습니다. 17세 운전자는 고성능 벤쯔를 타고, 친구의 BMW와 함께 35마일 제한속도인 동네 길에서 불법레이싱을 했습니다. 당시 속도는 100마일 이상이었다고 합니다. 불법레이싱을 하던 중 도로에 있는 세보레 볼트 소형 전기차를 측면 충돌했습니다.  7살 먹은 쌍둥이 딸들도 사고를 당했지만, 다행히 살아남았습니다.

여기서 아주 당황스러운 판결이 나옵니다. 17세 범인은 소년범임으로 소년원에 2년 3개월 동안 구금되어 재판을 받았고, 90일 전자발찌착용과 가택연금 및 집행유예 처벌을 받았습니다. 23세 공범은 8년 형을 받고 감옥에서 약물오남용으로 사고사합니다.

17세 범인은 이미 고속도로에서 108마일로 과속티켓도 받은 상태였습니다. 누가봐도 일반 교통사고는 아닙니다. 저렇게 과속하면 누군가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를 나이는 아닙니다. 아마도 비싼 변호사를 고용해서 감형을 받은 것이 분명합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입니다.

유가족들은 가해자에게 민사소송을 열었습니다. 2026년 8월 11일 화요일, 3주간의 배심원재판을 통해서 3천 3백 만불(500억원)의 손해배상결정을 내렸습니다. 17세 운전자는 60% 책임, 가해자 부모는 25% 책임, 공범 15% 책임이었습니다. 비싼 변호사를 써서 요리조리 피해가던 가해자를 배심원들의 상식으로 처벌해버린 것입니다. 자식에게 고성능차량을 사주고, 과속티켓을 받아와도 관리도 안 했던 부모까지 책임을 물었습니다.

이게 배심원제도의 목적입니다. 일반인의 상식을 위배한 결정을 내릴 수 없습니다. 이 사건을 보고나니 배심원제도를 다시 생각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