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인가, 학벌인가 – 애플이 산호세 주립대를 선택하는 이유

작성자
김동원목사
작성일
2025-05-18 22:56
조회
403
제가 아는 어느 가정의 이야기입니다. 고3(미국 12학년) 아들은 동네에 있는 주립대학을 가려고 했습니다. 학비도 저렴했고,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전공을 잘 가르치는 교수가 있었기때문입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결정을 반대했습니다. 학교 이름이 좋지 못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전공을 다른 것으로 바꾸더라도 더 이름있는 명문대를 가는 것이 길게 보면 좋다고 했습니다. 아들은 어쩔 수 없이 아버지의 의견을 따랐고, 자신의 꿈을 이룰 수도 없었고, 자신이 좋아하지도 않는 공부를 제대로 마치지도 못했고, 다른 전공으로 바꿨고, 졸업 후 취업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뭐가 잘 못된 것일까요?

한국 사회는 여전히 학벌 중심적인 문화 속에 놓여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직 명문대학을 졸업하면 인생의 길이 열린다고 믿습니다. 서울대, 연고대를 비롯한 ‘간판’이 취업과 사회적 인정의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특히 글로벌 기업의 인재 채용 방식을 들여다보면, 실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애플(Apple)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기업으로, 수많은 인재들이 꿈꾸는 직장입니다. 많은 분들이 애플의 개발자라면 당연히 스탠퍼드, MIT, 하버드 같은 명문대 출신일 것이라 생각하십니다. 그러나 실제로 애플에 가장 많은 졸업생을 보낸 대학은 산호세 주립대학교(San José State University)입니다. 이 대학은 세계적인 명문대는 아니지만, 애플은 이곳 출신 인재들을 가장 많이 채용하고 있습니다.(NBC Bay Area New May 14, 2025)



그 이유는 단순히 지리적으로 가까운 ‘로컬 대학’이라서가 아닙니다. 산호세 주립대 출신들이 실질적으로 잘하기 때문입니다. 이 학교는 실무 중심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실리콘밸리 기업들과의 협력 속에서 학생들이 현장 중심의 프로젝트를 경험하도록 돕습니다. 교수진도 현업 경험이 풍부하고, 실질적인 조언과 연결을 제공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 학교의 교수진들은 실리콘벨리의 기업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 지역 산업의 트렌드와 필요한 인력과 기술에 아주 민감합니다. 이런 교수진에게 배운 학생들은 실리콘벨리의 대기업에 취업하기 훨씬 유리합니다. 제 아들도 컴퓨터프로그래머이고 현재 Meta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아들의 입사과정을 보면서 많이 놀랐습니다. 출신 학교가 아주 쓸모없는 것은 아니지만, 철저히 실력위주의 선발이었습니다. 코딩문제를 내어주고, 그 문제를 풀면 합격, 못 풀면 탈락입니다. 산호세 주립대학교학생들이 그런면에서 유능하기때문에 뽑히는 것입니다. 이게 미국의 경쟁력입니다. 학교간판을 보는 것이 아니고, 그 사람의 실력을 철저하게 검증합니다.

또한 SJSU 학생들은 오직 실력으로 인정받기 위해 더 철저하게 준비합니다. 치열한 환경 속에서 실제로 일할 수 있는 능력, 협업 능력, 문제 해결 능력을 길러온 이들이기 때문에, 애플과 같은 회사에서 매우 높은 평가를 받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애플은 다양성과 포용성을 중시합니다. 산호세 주립대는 다양한 인종, 계층, 연령대의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어, 애플이 추구하는 조직문화와도 잘 맞습니다. 결국 애플은 '이름값'이 아니라 '실력과 준비'를 기준으로 사람을 채용하는 것입니다.

한국 사회가 진정으로 창의적이고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려면, 이제는 학벌 중심주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단지 명문대를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기회를 주는 구조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실력을 갖추고, 끊임없이 배우며, 현장에서 기여할 수 있는 인재가 진짜 필요한 사람입니다. 애플이 산호세 주립대를 선택한 이유는 바로 그것입니다.